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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강정호의 부상

입력
2015.09.2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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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대 중반 시작된 미국 메이저리그에 흑인선수가 등장한 건 1947년 브루클린 다저스(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전신)에서 데뷔한 재키 로빈슨이 처음이다. 그 전까지 흑인들은 별도의 니그로리그에서 자기들끼리 경기해야 했다. 탁월한 운동신경의 흑인들이 보여준 경기력은 메이저리그를 능가할 정도였지만 보수는 한 경기당 1달러 남짓할 정도로 형편없었다. 그래서 하루에 경기를 세 번이나 하는 선수들이 허다했다. 과장이 섞였겠지만 전설의 투수 사첼 페이지가 올렸다는 통산 2,000승 기록도 닥치는 대로 경기에 나간 때문에 가능했다.

▦ 인종차별을 금지한 인권법(1964년)보다 17년이나 빨랐으나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인종 설화는 여전하다. 2001년, 2004년 소속팀을 월드시리즈 정상에 이끌었던 커트 실링이 “무슬림 극단주의자는 전체의 5~10%다. 1940년 독일 인구의 7%가 나치였다. 그런데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라고 해 파문을 불렀다. 우리 프로야구에서도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나지완이 외국인 투수 스캇 프록터와 인종시비를 벌여 구설수에 올랐고, 호르헤 칸투도 동양인 비하 발언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맹활약하던 강정호가 18일 상대팀 크리스 코글란의 슬라이딩에 왼쪽 무릎 인대가 끊어지는 큰 부상을 입고 올 시즌을 접었다. SNS에서는 코글란의 공격적인 플레이에 대해 “죽여버리겠다” “살인태클”이라고 거세게 비난하는가 하면, 2009년 그가 같은 상황에서 일본인 선수에게 무릎인대 손상을 입힌 사실을 거론하며 “인종차별주의자”라고 하는 인신공격성 댓글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강정호는 “운이 나빠 부상당했을 뿐 코글란은 충분히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했다”고 해 그를 감쌌다.

▦ 코글란의 플레이에 ‘합리적 의심’을 할 수는 있다. 미국 사회에 잠복한 인종차별 정서, 그리고 하필이면 아시아 선수들에게만 큰 부상을 입힌 전력 때문이다. 그렇다고 인종차별 행위라고 단정하는 건 비약이다. 그의 플레이가 공격적이긴 했지만 정당했다는 전문가들 평가가 대부분이고, 그를 키운 염경엽 넥센 감독도 강정호의 다리 위치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감정에 휘둘리는 것은 강정호의 성공적인 복귀나 메이저리그의 다른 아시아 선수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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