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꾸준한 치료를 통해 회복 단계에 있어요. 처음 유방암 진단을 받았을 때는 온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충격을 받았지만 굳게 마음을 다잡고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처음 결심과는 다르게 혼자 이겨내야 하는 말 못할 고통과 감당하기 힘든 치료비 때문에 포기하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그때마다 저를 붙잡아 준 건 제 남편과 어린 자식들이었습니다. 잘 견디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제 목숨과 맞바꾼 가슴이 잘려나가던 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남편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괜찮다고 고생했다고 걱정해 줬지만 그 위로의 말조차 듣기 싫을 정도로 예민한 날의 연속이었어요. 제 가슴이 있던 자리를 멍하니 보면서도 유방재건을 하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무기력한 시간이었죠. 또 한번의 큰 수술을 견딜 만큼의 배짱도 없고 재정적으로도 많이 힘든 상황이었으니까요"
5년 전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은 40대 주부 A씨의 고백이다. 유방암으로 인해 큰 수술을 마친 A씨가 유방재건을 위해 또 다시 수술대에 오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유방재건수술을 망설이는 이유는 1차적으로 수술에 대한 부담감과 금액적인 부분 등 개인적인 상황, 2차적으로는 유방재건수술을 여전히 미용성형으로 치부하는 부정적인 시선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A씨는 현재 유방재건수술을 받기로 결심했다. A씨가 마음을 돌린 것은 단 한 가지, 가슴을 잃었지만 여전히 아름답고 싶은 '여자'라는 사실 때문이다. 유방재건수술은 단순히 없던 가슴을 만드는 것에서 더 나아가 잊고 살았던 여성성을 되찾는 과정이기 때문에 가슴을 절제한 여성에게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 것이다.
유방재건수술을 결심했다면 이제 본인의 몸 상태에 따라 적합한 수술법을 결정하는 일이 남았다. 유방재건은 크게 자가조직과 보형물을 이용하는 두 가지 방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는 방사선 치료의 유무에 따라 달라진다.
방사선 치료가 유방암 치료 시 재발을 막는데 효과가 있음이 증명되면서 최근 유방암 수술과 함께 보조적 요법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보형물 재건 시 수술이 간단해 수술시간과 회복기간이 짧은 것이 장점이지만 보형물을 이용한 즉시재건 후 추가적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게 된다면 모양이나 대칭성, 색상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재건한 가슴의 가장자리가 괴사하거나 피부가 손상되는 빈도가 증가한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라면 피부가 어느 정도 회복된 후 재건을 시행하는 것이 좋으며, 방사선으로 인해 피부가 많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자가조직을 이용한 재건수술을 진행해야 한다. 다만 복부조직, 등피부근육 등의 조직에 여유가 있어야 하며, 6~8시간에 이르는 장시간의 수술을 견딜 수 있는 몸 상태인 경우에만 진행이 가능하다.
유방재건수술을 어떤 방법으로 할지 결정하는 것만큼 유방재건의 시기를 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재건의 시기는 유방 절제 후 바로 재건을 하는 즉시재건과 경과를 지켜본 후 추후에 재건하는 지연재건으로 나뉜다.
더성형외과 옥재진 원장은 "유방재건의 시기를 두고 의사와 환자 모두 고민을 많이 하는 것이 사실이다. 유방 절제 후 즉시재건을 하면 바로 가슴이 복원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하지만 즉시재건을 시행한 후에 암세포가 남아있다거나 유방암이 재발할 경우 불필요한 수술을 진행한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경과를 지켜본 후 지연재건을 통해 기능적•미용적 측면을 모두 충족시켜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종일 기자 mudaefor@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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