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피츠버그 강정호(28)의 메이저리그 첫 시즌이 끝났다. 날을 거듭할수록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예상치 못한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하지만 이미 보여준 것만으로도 '놀라운' 시즌이었다.
강정호는 지난 18일(한국시간)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홈 경기에서 왼 무릎 내측 측부 인대 및 반열판 파열, 정강이뼈 골절이 겹치는 부상을 입었다. 길면 6~8개월 정도의 재활을 내다보고 있다.
강정호의 부상을 안타까워하는 현지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그가 빅리그 첫 해 다녀놓은 입지가 얼마나 단단했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강정호는 올 시즌 126경기에 나와 타율 0.287, 15홈런 58타점 5도루를 기록했다. OPS(출루율+장타율)는 0.816로 팀 내에서 앤드류 매커친(0.899) 이어 2위를 달리고 있었다.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는 4.1을 기록하며 매커친(5.6)과 게릿 콜(4.9)에 이어 3위에 올라 있었다.
'아시아 출신 내야수는 빅리그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편견도 강정호가 싹 지웠다. 강정호는 지난 7월 한 달간 타율 0.327, 3홈런 9타점 출루율 0.443으로 7월의 신인상을 탔고, 지난 16일에는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이 발표한 '이슈어런스 MLB 어워드'에서 '베스트 루키'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 매체는 '(강정호는) 처음엔 불확실성이 있었지만, 자신이 최고 수준의 프로야구 선수임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은 "현지에서도 팀에서 강정호가 빠졌을 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심각하게 언급하고 있다. 그런 점만 봐도 (강정호의) 위상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동안 밀리지 않았던 주전 경쟁도 부상으로 시즌을 접으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관건은 복귀시기다. 송재우 해설위원은 "내년 5월 말로 보는 시각도 있고 빠르면 스프링 캠프에 참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며 "결국 어느 시기에 돌아오느냐가 문제다. 강정호가 복귀할 타이밍에 조디 머서나 조쉬 해리슨이 매우 잘 하고 있다면 상당히 어려워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상황으로 봐서는 강정호가 복귀 후에도 기회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강정호가 복귀 후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도 중요하다. 이번 강정호의 부상으로도 부각됐듯 메이저리그는 강한 슬라이딩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강정호가 부상을 털고 돌아와 유격수로 나설 경우 이러한 슬라이딩과 또 싸워야 한다. 송재우 해설위원은 "유격수로 나섰을 때 병살 상황에서 얼마나 대담하게 플레이를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워낙 큰 부상이었기 때문에 사람들도 더욱 눈 여겨 보게 된다. 큰 부상 이후 정신적으로 잘 이겨낼 수 있느냐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격수로서 자신의 가치를 지켜나기 위해서는 거친 슬라이딩을 피할 기술과 함께 두려운 마음을 떨치고 돌아와야 한다는 뜻이다.
사진=강정호(가운데).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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