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진에 구조적 한계까지 겹쳐 ‘좀비기업’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좀비기업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인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 즉 사업해서 번 돈으로 부채 이자조차 갚지 못할 정도로 활동이 부진한 기업을 가리킨다. 어제 재벌닷컴이 코스피 등 3개 증시에 상장된 12월 결산기업의 2010~2014년 손익을 분석한 데 따르면,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상장사는 2010년 425개사(24%)보다 94개사가 늘어난 519개사로 전체의 29.9%에 달했다.
좀비기업 증가세는 비단 상장사 뿐만이 아니다. 다른 분석에 따르면 비상장사를 합친 전체 국내기업 중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 비중은 2009년 12.8%에서 지난해 15.2%로 늘어났다. 아직 그런 한계상황까지는 아니지만, 세전(稅前) 영업손실을 낸 상장사도 2010년 511개사(29.1%)에서 지난해 541개사(31.1%)로 30개나 늘었다. 30대 대형 상장사의 이자보상배율은 아직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같은 기간 포스코나 LG디스플레이 등 대기업의 배율도 각각 15.84에서 9.16, 16.17에서 9.18로 급락, 예사롭지 않은 조짐을 보였다.
부채 이자조차 갚지 못할 정도로 사업이 부진한 기업이라면 서둘러 정리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향후 실적 개선에 대한 미련, 채권에 대한 손실처리를 꺼리는 금융사의 미온적 태도 등으로 제때 정리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런 기업이 많아지면 산업ㆍ금융시스템의 부실을 키우는 건 물론, 자금이 묶여 성장성 있는 신생기업 등에 대한 금융지원을 결과적으로 제한하는 등의 부작용을 낳기 십상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일정 주기로 정부가 ‘부실기업정리’에 나서기도 했으나, 1990년대 이후엔 시장(금융사)이 그 기능을 맡으면서 오히려 부실 정리가 원활하지 못해졌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문제는 정부와 시장을 오가는 부실정리시스템의 혼선이 지금도 되풀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우조선해양 부실이 불거진 후 정부는 자본금 3조원 규모의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설립 청사진을 발표했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이 출자에 난색을 표하자 회사 설립 자체를 백지화하고 기존 부실채권 처리회사인 유암코의 기능을 확대키로 하는 등 우왕좌왕하고 있다.
옥석을 가리지 않은 채 수많은 좀비기업을 방치하는 건 경제에 종양을 키우는 것과 같다. 회생 가능성조차 없는 좀비기업이 외부지원에 의존해 부실을 키워나간다면 우리 경제의 위기 대응능력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어떤 식으로든 11월까지 기업구조조정 시스템을 정비키로 한 만큼, 신속ㆍ과감한 좀비기업 정리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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