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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눈 속의 별

입력
2015.09.2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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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러시아 여행을 갔다가 척추를 다친 적 있다. 일행과 갈라져 혼자 돌아다니다가 무슨 절벽 같은 데에서 떨어진 모양이었다. 힘겹게 뒤척이던 끝에 겨우 일행과 연락이 닿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가 더뎠다. 병원 시설이 낙후했고, 외국인 환자에 대한 처우가 형편없었다고 한다. 방치되다시피 한 상태에서 고통과 공포에 시달리던 와중에 한국에 있는 친구와 연락이 닿았다. 마침 연락된 친구 가족이 서울 어느 대학병원의 전문의와 친분이 있었다. 긴급 후송 작전이 실행되었다. 불구가 되거나 목숨마저 위태로울 수 있는 지경이었다는데, 서울로 돌아와 급히 수술을 받고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 그럴 때까지 모든 사실을 비밀에 부쳤다. 나도, 친구들도 나중에야 그 소식을 알았다. 그 친구가 누워있는 병원 근처에 모여 술을 마시던 중 후송 작전을 주도한 친구가 뒤늦게 사실을 알린 것이다. 다들 가슴이 먹먹해졌다가 알싸하게 술기운이 올랐다. 우르르 병원으로 몰려갔다. 자정 무렵이었다. 자고 있던 친구를 조심스레 깨워 로비에서 만났다. 휠체어를 타고 나온 친구는 마냥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이 웃음만은 아니라는 걸 누군들 모르겠냐만, 웃음 뒤에 숨긴 다른 감정을 부러 들춰낼 필요는 없었다. 눈빛이 더 해맑고 깊어 보였다. 잘 알고 있으나 직접 본 적은 없는 어떤 세계의 물증을 보는 기분이었다. 그건 살아있는 별이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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