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함까지 6분간 소걸음으로 걸어가고 1시간 45분 연설 등 18일 의석수 절대부족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일본 야당의 안보관련법안 저지 노력은 눈물 겨웠다.
가장 눈길을 끈 장면은 배우 출신 야마모토 다로(40·山本太郞) 의원(생활당)이었다. 그는 참의원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아베 총리에 대한 문책 결의안 표결 때 투표함이 있는 단상 쪽으로 향하면서 극단적으로 천천히 걷는 소걸음 전술을 구사했다. 이를 본 여당 의원들은 “빨리 투표하라”고 야유를 쏟아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페이스를 유지했다. 결국 야마자키 마사아키(山崎正昭) 참의원 의장이 “투표 시간을 2분으로 제한하겠다, 시간이 지나면 투표함을 폐쇄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서야 야마모토 의원의 발걸음은 조금 빨라졌지만 투표까지 총 6분을 지연했다.
야마모토 의원은 투표 직전 의원석을 향해 몸을 돌리더니 염주를 손에 든 채 참배하는 포즈를 취했다. 전날 참의원 특별위원회에서 여당이 법안을 강행 처리하자 언론에서 ‘민주주의의 사망’ ‘자민당은 죽었다’는 등의 비판이 쏟아진 것을 의식한 조문의 의미로 보인다. 투표를 마친 뒤에는 단상 옆에 앉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쪽으로 재차 참배 포즈를 취했다. 아베 총리는 마지못해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잠깐 숙이며 답례했다. 야마모토는 투표 후 자신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해서든 안보 법안 처리를 늦출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교 시절부터 TV 등에서 연기자로 활동해 온 야마모토 의원은 2011년 3월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 직후부터 원전 반대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다가 정치인으로 변신, 2013년 참의원 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2008년에는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독도를 한국에 양보하는 게 좋겠다”고 소신 발언을 해 극우파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뒤 이어 중의원 본회의장에서 열린 내각 불신임 결의안 심의에서는 결의안 취지 설명자로 나선 에다노 유키오(51·枝野幸男) 민주당 간사장이 달변을 과시하며 필리버스터에 나섰다. 민주당 정권시절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을 맡으며 조리 있는 언변을 인정받은 에다노 의원은 약 1시간 45분간 안보 법안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아베 정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입헌주의에 반하는 전후 최악의 법안을 전후 최악의 절차로 강행하는 자세는 폭거 그 자체”라며 “아베 내각은 민주적 정부로서의 이성을 잃고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 수 없는 폭주 상태가 됐다”고 역설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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