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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동결 '유예된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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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동결 '유예된 불안'

입력
2015.09.1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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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저물가·中경기 둔화 등 이유

신흥국 일단 안도 증시랠리 불구

"언제 올리나" 불확실성 가중 우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기준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하면서 다소 곤혹스러운 듯 눈을 만지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기준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하면서 다소 곤혹스러운 듯 눈을 만지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또다시 미뤘다. 중국을 비롯한 세계경제 불안, 저물가 등 불완전한 국내경기 회복세를 이유로 들었다. 지난 10년 동안 글로벌 유동성의 원천이었던 미국 제로금리 정책 중단이 유예되자 시장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미국 금리인상 시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전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세계경제 앞날에 대한 비관론까지 가중되면서 신흥국을 위시한 금융시장의 불안이 언제든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①미국 국 왜 금리 동결했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17일(현지시간) 정례회의를 마치고 발표한 성명에서 기준금리 목표치를 현행 연 0~0.25%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FOMC는 금리 결정의 양대 기준 중 고용시장에 대해선 "견고한 고용증가 및 실업률 감소를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했다"면서도 또다른 기준인 물가에 대해선 "원유 등의 수입가격 하락으로 장기목표치(연 2%)를 계속 하회하고 있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FOMC는 특히 "최근의 글로벌 경제 및 금융 상황이 (미국의)경제활동을 다소 위축시켰고 단기적으로 물가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연준의 금리 동결 요인에 저물가뿐 아니라 지난달 중국발 증시 폭락 등 해외경제 상황 악화라는 '외부 요인'이 명시적으로 추가된 셈이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해외경제 전망이 최근 들어 더욱 불확실해졌다"며 "중국 및 다른 신흥국 경제의 성장세에 대한 우려가 금융시장 변동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선 이번 FOMC 결정을 두고 "연준이 미국 국내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연준은 FOMC 성명을 통해 "가계소비, 기업투자 등 경제활동이 완만한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옐런 의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주택경기가 매우 부진한 상황"이라고 진단하는 등 총체적 회복에는 미흡한 수준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17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뉴욕의 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연준의 발표가 방영되고 있는 TV 모니터 아래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 연방준비제도가 17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뉴욕의 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연준의 발표가 방영되고 있는 TV 모니터 아래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②금리 언제 올릴까

지난해 10월 연준이 2008년 금융위기 이래 유동성 확대를 위해 지속해온 양적완화(채권매입) 프로그램을 종료한 이후 미국 금리인상 시기는 글로벌 시장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올해 상반기엔 6월 인상설이, 하반기 들어서는 9월 인상설이 각각 유력하게 부상했다. 그러나 연준의 결단이 미뤄지면서 시장은 갈수록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특히 "연준이 금리 동결을 결정할 경우 (조기인상의)매파적 메시지를 낼 것"이란 시장 예측과 다르게 FOMC 성명이 비둘기파에 기울었다는 평이 나오면서 금리인상 시기의 불확실성은 한층 가중되는 형국이다.

옐런 또 "금리 연내 올릴 수도"…

시장선 12월 인상에 무게

연준 위원 17명 중 13명도 "연내"

"결국 내년으로 미뤄질 것" 전망도

시장이 가장 무게를 두고 있는 시나리오는 12월 인상이다. 옐런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연내 인상 가능성을 계속 언급했고, 이날 공개된 연준 위원 17명의 금리 전망에서도 연내 인상을 점치는 인원이 13명에 이른다는 점이 근거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기본입장은 여전히 연내 금리를 올리겠다는 것"이라며 "연준이 해외 여건을 고려한다 해도 금리 인상을 마냥 미루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두 번 남은 FOMC 회의 중 빠른 쪽인 10월에 금리인상이 단행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그러나 미국 금리인상이 내년으로 미뤄질 것이란 전망도 점차 세를 얻는 분위기다. 연준이 금리동결 이유로 제시한 물가상승률이나 신흥국 경기부진이 단기간에 개선될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경기 선행지표가 일제히 둔화되는 등 미국의 내년 상반기 경기가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내년 1분기까지는 연준이 국내 경기를 다시 확인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③시장 반응은

금융시장은 미국 금리 동결에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미국 금리인상 기대에 따른 달러 강세에 중국시장 불안까지 겹치며 급격한 자본유출에 시달렸던 신흥국 시장은 특히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이례적으로 중국과 신흥시장 경제 우려를 언급한 것이 신흥국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스피 2000 접근·환율 내렸지만

연준 통화정책 불확실성 우려에

"안도랠리 짧게 그칠 것" 예상 많아

18일 중국(0.38%), 말레이시아(2.09%), 인도네시아(1.06%) 등 아시아 신흥국 증시 대부분이 상승한 것은 이러한 안도감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코스피 역시 외국인 순매수(1,065억원) 속에 전일 대비 0.95% 상승(1,995.95)하며 2,000포인트에 근접했고 코스닥은 2.85%의 급등세(690.18)를 보이며 690선을 넘어섰다. 원·달러 환율이 전일보다 3.1원 내린 1,162.8원을 기록하는 등 달러 강세 역시 누그러진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안도 랠리'는 그러나 짧게 그칠 것이란 예상이 많다. 미국 금리인상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만 더 커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채권팀장은 "위험자산에 대한 불안 분위기는 잠시 누그러지겠지만 연준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 신흥국 금융시장의 변동성 우려는 장기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이 금리인상을 자꾸 미루면서 중국에 이어 미국까지 주요 2개국(G2) 경기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는 것도 악재다. 17일 미국(-0.39%), 18일 일본(-1.96%) 등 선진국 증시에선 세계경제 부진 우려가 미국 금리동결 효과를 압도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 정책의 불확실성이 결국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서 파생된 만큼 중국 경기 회복이 확인되는 시점까지 변동성 확대 국면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 정부는 18일 관계기관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갖고 이번 FOMC 회의 결과에 따른 경제상황을 점검했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미국 금리인상 개시 시점이 여전히 불확실해 국내외 변동성이 지속될 수 있다"면서도 "우리 경제는 어떤 충격도 감내할만한 펀더멘털이 있는 만큼 다른 신흥국과 차별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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