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프로야구 라인업은 테이블 세터(1~2번), 중심 타선(3~5번), 하위 타선(6~9번)으로 구분한다. 테이블 세터가 찬스를 만들면 중심 타선이 해결하는 득점 공식이 이상적이다. 보통 하위 타선은 투수 입장에서 쉬어가는 상대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5강 싸움에 불붙은 지금 현재 하위 타선의 폭발 여부에 따라 팀마다 희비가 갈리고 있다.
SK는 15~17일 선두 삼성과의 3연전을 2승1패로 장식하며 5강 희망을 이어갔다. 원동력은 7~9번 타자의 매서운 방망이다. 7번 이대수가 3경기에서 5할 타율을 치며 2개의 홈런과 3개의 타점을 올렸다. 8번 김성현은 타율 0.273 2타점을 기록했고, 9번 김강민은 타율 0.444 1홈런 5타점을 쓸어 담았다. 3연전 동안 팀 타점은 17개였는데 이들 세 명이 10개를 합작했다. 이 기간 하위 타선 타율은 0.348로 NC(0.387) 다음으로 가장 높았다.
9월 승률 1위 롯데도 재미를 봤다. 지난 8, 9일 SK전에서 뒤에 강민호, 황재균, 오승택을 배치한 이종운 롯데 감독은 "이름만 보면 우리 팀 하위 타선이 가장 강해 보인다"고 말했다. 중심 타선에 포진할 강민호와 황재균의 부진 탓에 임시방편으로 꾸린 라인업이었지만 이들은 각자 자리에서 자기 몫을 하며 타격 감을 찾았다. 15~17일 두산과의 3연전에서는 7번 오승택, 8번 안중열, 9번 손용석이 예상 밖으로 해결사 능력을 뽐내며 팀의 위닝 시리즈에 힘을 보탰다.
반면 이달 들어 주춤한 한화와 KIA는 존재감 없는 하위 타선과 궤를 같이 했다. 한화는 9월 하위 타선 타율은 0.247로 9위, KIA는 0.172로 꼴찌다. 선두 삼성의 0.321과 큰 차이를 보인다. 한화 라인업 중 7~9번에 주로 들어간 김회성(0.219)과 권용관(0.242), 강경학(0.214) 등이 전혀 힘을 못 썼다. 이 중 김회성, 권용관은 17일 1군에서 말소됐다. KIA 역시 박찬호(0.095), 백용환(0.222)이 부진했다. 슬럼프로 하위 타선까지 내려간 나지완(0.174)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두 팀은 상대 팀 입장에서 진짜 쉬어가는 곳을 마련해줬다.
이번 시즌 기록을 보면 중심 타선의 뒤를 잘 받치는 팀들이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선두 삼성은 하위 타선 타율 0.302로 1위이며 4위 두산(0283), 3위 넥센(0.282)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방심했다가 하위 타선에게 일격을 당하면 받는 충격이 상당하기 때문에 경계심을 늦추면 큰 코 다친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SK 김강민(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롯데 오승택-KIA 나지완-한화 강경학.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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