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실업급여 지급 등 안전망
미·일은 과태료 중심 사업주 제재
해외 주요국가들도 임금체불을 막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과태료 등 행정적 제제가 중심인 반면,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권 국가들은 법원을 통한 민사적 절차를 통한 해결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이미 1920년대부터 하청업이 시작된 일본은 원청업체 이하‘하청-재하청’으로 이어지는 도급구조가 고착돼 우리나라와 사정이 비슷하다. 일용직노동자들의 임금체불도 흔하다. 일본 노동자건강복지기구의 통계에 따르면 1991년에 353곳이었던 체불기업은 2010년 3,880곳으로 10배 이상 늘었고, 금액도 19억7,900만엔에서 247억6,200만엔으로 12배 이상 뛰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건설업(24.9%)과 제조업(18.2%)이 다수다. 일본은 1976년 ‘임금지불확보 등에 관한 법률’을 시행했다. 체불이 발생하면 사업주에게 연 14.6% 이하의 지연이자를 부과하는 것이 법의 골자로 일본의 기준금리가 0.1%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강력한 조치다. 또한 기업이 도산할 경우 정부가 체불임금의 80%를 일정 기간 지급하는 등 노동자들의 최소 생활을 보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임금체불 진정이 접수되면 노동부가 공정노동기준법 위반 여부를 조사한다. 고용주가 고의적이고 반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면 사용자를 관할 법원에 기소한다. 최대 1만 달러의 벌금, 두 차례 이상 유죄 판결을 받으면 구속된다. 최저임금, 초과근무수당 미지급 뿐 아니라 체불 기업의 제품 판매를 금지할 정도로 처벌이 강력하다.
유럽은 주로 법원의 판단을 통한 민사상 구제가 이뤄진다. 임금이 체불되면 이를 실업상태로 간주하고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등 사회안전망이 튼튼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임금이 체불되면 노동자는 근로 제공을 거부하고 연방노동국에 실업자로 신고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프랑스는 근로자가 체불된 임금을 받기 위해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고, 이 기간 동안에도 사업주는 임금과 동등한 배상금을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 임금체불이 지속적이고 심각한 경우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데 이는 기업에 의한 부당해고로 간주돼 해고수당 및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강승복 한국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내에도 기업에 부도가 나면 정부가 체불임금의 일정분을 지급하는 체당금제도가 있지만, 절차가 까다롭고 받을 때까지 기간도 오래 걸린다”며 “근로계약이 유지되더라도 회사사정으로 임금이 밀려 수입이 없는 경우, 사회보험을 적용하는 유럽식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재진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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