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이용 적으면 사고 손해율 낮아
주행거리 2000㎞ 이하 고객에
삼성화재 보험료 23% 할인
현대해상, 3000㎞ 이하 22%로
보험금 인상은 쉽지않아 차선책
손해율 줄이면 보험금 지급도 줄어
결국 사고율 적은 '우량 고객' 잡기
최근 들어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마일리지특약 할인률 인상 경쟁이 치열하다. 연간 주행거리가 짧으면 보험료를 깎아주는 것인데, 연초부터 할인율 인상 경쟁에 불이 붙더니 10%대이던 할인율이 최근엔 20%대까지 치솟았다. 저금리 장기화에 손해율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된다며 “죽겠다”고 아우성치는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올려도 부족할 판에 도리어 보험료 할인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뭘까.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KB손해보험 등 보험사들이 잇따라 마일리지특약 할인율을 높이고 있다. 삼성화재는 올해 3월부터 5월, 9월 등 이미 세 차례에 걸쳐 할인율을 대폭 확대했다. 그 결과 이달 30일 개시되는 계약부터는 연간 주행거리가 2,000㎞ 이하인 고객에게 보험료를 23%(이하 후할인 기준)까지 할인해준다. 2,000㎞ 구간은 이번에 새로 신설됐다. 보험 계약 시 이 특약에 가입하고 1년 뒤 주행거리가 2,000㎞ 이하인 경우 이 할인율을 적용받게 된다.
현대해상도 16일 이후 계약부터 연간 주행거리 3,000㎞ 이하 운전자의 마일리지특약 할인율을 기존 16.5%에서 22%로 대폭 확대했다. 동부화재와 KB손해보험도 최근 4~5%포인트씩 할인율을 상향조정했다.
손해율 악화로 고전하던 보험사들이 경쟁적으로 특약 할인율 인상에 나서는 데는 나름의 속사정이 있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최근 약 10여년 동안 보험료 상승폭이 미미했다. 보험금 원가라 할 수 있는 ‘소비자물가’ ‘건강보험수가’ 등은 2003년부터 10년 간 각각 33.1%, 26.6% 올랐는데, 같은 기간 자동차보험료는 18.6% 오르는 데 그쳤다. 게다가 자동차사고 발생률은 매년 증가해 2010년부터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12.3%(자차 기준)에 달했다. 그러다 보니 2012년 75.2%였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3년 새 5%포인트 가량 늘어 지난해에는 80.1%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손해율이 높아진다고 무턱대고 보험료를 인상할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보험사들이 택한 것이 마일리지특약 할인율 확대다. 마일리지특약을 이용하려는 이들은 기본적으로 주행거리가 짧은 고객들이다. 주행거리가 짧을수록 사고 확률도 그만큼 낮아지기 때문에 보험사들 입장에서는 ‘우량 고객’일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이들 ‘우량 고객’들을 자사 고객으로 끌어들여 손해율을 낮춰 보겠다며 경쟁적으로 할인율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연간 주행거리가 2,000㎞에도 못 미친다는 것은 세컨드카 정도로 활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며 “사고율 역시 낮을 것이기 때문에 할인폭을 확대해서라도 유치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약을 미끼로 던지지만, 실제로는 주행거리가 약정 거리를 넘어서면서 할인을 적용받지 못하는 고객들이 적지 않는 것도 보험사들의 노림수 중 하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제 마일리지특약 가입자는 다른 고객들에 비해 손해율이 낮은 편”이라며 “할인을 더 많이 받기 위해서 무리하게 특약 주행거리를 낮춰 가입을 했다가 할인을 못 받는 고객들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마일리지특약에 가입한 고객은 삼성화재의 경우 83만여명, 동부화재가 57만여명, 그리고 KB손보도 13만여명에 달한다. 올 들어 보험사들의 할인폭 확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특약 가입자는 더욱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승도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가입할 때와 만기가 됐을 때 주행거리가 나온 계기판을 사진으로 찍어 보험사에 보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특약 가입에 따른 불편도 크지 않은 편”이라며 “특약 가입을 위해 주행거리를 소폭이라도 줄이려는 고객들도 있기 때문에 보험사와 고객 모두에게 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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