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달책 통해 소송하는 상대방 겨냥
국세청 중견 간부가 세무조사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통상 세무비리가 조사 무마인 점에 비춰 표적 조사를 청탁한 것은 이례적이다.
17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국세청 본청 4급 서기관 이모씨가 2011년 지인인 B씨로부터 경북과 울산에서 골프장 사업을 하는 김모씨에 대해 세무조사를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4,500만원을 받은 첩보를 입수, 정식수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실제로 김씨의 사업체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 측은 본보와 통화에서 “2012년 초 골프장에 대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았고 현재 그 결과에 대한 불복 소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B씨는 김씨와 부동산 문제로 법적 다툼을 벌이던 C씨로부터 금품을 받아 이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와 C씨의 다툼은 지난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C씨는 당시 상속받은 시가 500억원 상당의 대전 소재 토지와 건물이 상속세(가산세 포함) 350억원 가량을 납부하지 못해 공매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김씨의 제안을 받았다. 김씨는 모 중견그룹 회장에게서 돈을 끌어와 세금 180억원을 대납해줄 테니 부동산을 매각해 갚으라고 했다. 하지만 이후 부동산 매수자가 없어 변제가 미뤄지자 김씨는 C씨를 설득해 해당 부동산을 220억원에 사들였다. 이후 C씨는 검찰에 김씨를 사기죄로 고소했다.
경찰은 지난달 첩보를 입수해 이씨의 계좌추적까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아직 사실관계를 확인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이 서기관을 대기발령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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