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취업청탁 의혹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의 하나로 떠올랐다. 며칠 전 최 부총리의 지역구 사무실 인턴 출신이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에 점수조작 등을 통해 부당하게 채용된 사실이 드러나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와 정무위, 법사위 등에서 큰 논란이 됐다. 이 와중에 최 부총리 운전기사 출신도 같은 직장에 특혜 채용된 의혹이 또 불거졌다. 최 부총리는 자신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그렇게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은 이미 넘어선 것 같다.
최 부총리의 지역구인 경산 의원사무실에서 4년간 인턴비서로 일했던 황 모씨가 2013년 중진공에 점수조작 등을 통해 채용된 경위는 황당하다. 1차 서류전형 결과 지원자 4,500여명 중 2,299위였던 그가 수 차례 점수 및 서류 조작으로 최종 합격 36명에 포함됐다. 중진공에 대한 감사원 감사에서 밝혀진 점수 조작 과정은 숫제 범죄행위에 가깝다. 그처럼 무리한 황씨의 채용이 그냥 이뤄졌다고 믿을 사람은 없다. 외부의 강도 높은 청탁이 없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실제로 감사원의 보고서에는 박철규 당시 중진공 이사장이 황씨에 대해 “외부에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실무자의 보고를 받고 합격시키도록 지시한 과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국감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이원욱 의원은 그 ‘외부’를 최 부총리로 지목했다. 하지만 최 부총리는 황씨가 자신의 인턴비서로 근무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인사청탁 사실은 전면 부인했다.
17일자 일부 언론이 보도한 최 부총리의 전 운전기사 구모씨의 중진공 취업 과정도 청탁에 의한 특혜 의혹이 짙다. 최 부총리의 17대 국회 시절 운전기사였던 구씨는 2008년 중진공 대구경북연수원 시설관리 용역직원으로 채용된 뒤 1년 후 공단 무기계약직을 거쳐 2010년 8월 정규직 사원이 됐다. 최 부총리는 “본인 노력으로 새로운 회사에 들어가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을 과거 최경환 곁에서 일했다는 사실 때문에 특혜 입은 사람처럼 비치게 하는 것은 정도를 벗어난 행위”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공공기관에서 청소ㆍ경비ㆍ시설관리 용역 근로자가 정규직이 된 사례는 흔치 않다.“최경환의 힘”때문이라는 뒷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최 부총리의 취업청탁 의혹이 사실이라면 중대한 문제다. 수십, 수백 장 입사지원서를 내고도 취업이 안돼 절망에 빠져있는 수많은 청년 구직자들을 생각할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검찰은 감사원의 고발에 따라 최 부총리의 취업청탁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권력실세라고 좌고우면 하지 말고 철저하게 진실을 가려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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