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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 대신 음악 들으며…지구촌 장병들 체력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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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 대신 음악 들으며…지구촌 장병들 체력 전투

입력
2015.09.1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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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20개국 7300여 장병 참가…경북 곳곳서 열흘 간 평화의 열전

대회 참가자 숙소로 카라반 활용, 선수촌 예산 수백억에서 34억으로

2015 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개막을 2주 앞둔 17일 오전 경상북도 영천시 육군 3사관학교에서 선수들이 육군5종 경기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영천=연합뉴스
2015 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개막을 2주 앞둔 17일 오전 경상북도 영천시 육군 3사관학교에서 선수들이 육군5종 경기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영천=연합뉴스

‘빵야 빵야 빵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17일 경북 영천 육군3사관학교 세종연병장에 난데 없는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바로 가수 아이돌 그룹 빅뱅이 부르는 ‘뱅뱅뱅’의 한 소절이다. 500m 트랙 위에 선 두 명의 장병이 출발선에서 음악과 함께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이어 2m 구덩이, 4m 사다리 등 장애물을 훌쩍 뛰어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내달 2일 개막하는 2015 경북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조직위원장 김상기)를 앞두고 육군 5종 경기 중 500m 장애물 달리기에 출전하는 장병들이 훈련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군사 종목 중 하나인 육군 5종 경기는 선수들이 리듬에 맞춰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배경 음악을 깔아준다는 점에서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다른 종합 대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풍경을 연출한다. 대회 조직위는 외국 선수단의 신청을 받아 참가 선수들의 귀에 익숙한 참가국 대중가요 등을 틀어주기도 한다. 한국 장병들도 마찬가지로 개인 종목과 릴레이 종목을 나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곡을 선곡한다.

시상식 연습
시상식 연습

이날 여자 아이돌그룹 시스타의 ‘쏘쿨’에 맞춰 장애물 달리기 시범을 보인 이고은(30) 중사는 2013년까지 여자프로축구단 부산 상무에서 그라운드를 누볐던 축구 선수 출신이다. 지난 6월 캐나다여자월드컵에서 권하늘(27ㆍ부산 상무) 중사의 센추리클럽(100경기 출전) 가입을 누구보다 축하했던 이 중사다.

은퇴와 함께 야전 사령부 보병으로 근무하던 이 중사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군화를 벗고 대신 스파이크로 갈아 신었다. 이 중사를 지휘하는 하선애 상사는 “야전 생활을 하던 이 중사를 발견하고 ‘운동 한번 더하자’며 스카우트 제의를 했다”고 밝혔다. 하 상사는 이어 “이 중사는 그라운드를 누볐던 선수라 민첩성과 순발력이 뛰어나다. 무엇보다도 프로선수였던 만큼 자기관리가 철저하다”고 칭찬했다.

이고은 중사
이고은 중사

축구 선수 출신이라서 모든 게 쉬운 것은 아니었다. 축구, 족구라면 부대 내 ‘인기스타’였던 이 중사지만 물 속은 두려웠다. 이 중사는 “축구 선수는 축구만 잘하면 됐는데 육군5종 경기는 다섯 가지 종목을 고루 잘해야 한다. 그 중 수영이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수영을 배운 적이 없었던 이 중사는 대회 참가를 위해 1년 6개월 동안 맹훈련에 돌입했고, 지금은 수준급으로 실력을 끌어올린 상태다.

시스타 ‘터치 마이 바디’를 장애물 달리기 배경 음악으로 선택한 이 중사는 대회를 앞둔 각오를 묻자 “죽기 살기로 수사불패(雖死不敗ㆍ비록 죽을 수는 있지만 질 수는 없다) 하겠다”며 우렁차게 답했다.

경북 문경세계군인대회가 특별한 점은 또 있다. 종합스포츠대회 선수촌으론 처음으로 카라반(이동식 주택)을 이용했다는 점이다. 영천(2,500여명)과 괴산지역(4,500여명)은 인근 군부대 시설물을 활용하여 선수촌을 운영하고, 문경지역은 사후 활용도를 고려해 350동(1,500명 수용)의 카라반을 임대하는 형식을 취했다. 카라반 한 동을 만드는 데 2,650만원이 투입됐고, 대회가 끝나면 1,650만원에 분양하는 데 이미 3주 만에 분양 신청이 끝난 상태다. 조직위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선수촌 건립예산을 34억원으로 크게 줄였고, 사후활용문제도 한꺼번에 해결했다고 말했다.

종합스포츠대회 최초로 시도하는 이동식 숙소가 외국인 선수들이나 외국 취재진들로부터 선호도도 높다는 것이 조직위의 설명이다. 화장실, 샤워실, 냉ㆍ난방시설, 침대 등 갖출 것은 다 갖춘 아늑한 카라반은 문경을 찾은 관광객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전망이다.

선수촌 카라반
선수촌 카라반

한편 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는 내달 2일 개막해 11일까지 열흘간 이어진다. 올해 6회째를 맞이한 세계군인체육대회는 120개국에서 총 7,305명 규모의 선수단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다. 문경 국군체육부대를 중심으로 김천, 안동, 영주, 영천, 상주, 예천, 포항 등 8개 시ㆍ군에서 열전이 펼쳐진다.

문경=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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