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팔이' 시청률 20% 기여도는 의문
연기 무관하게 인터넷 검색어 상위…스타성·화제성이 광고주들에 어필
배우 김태희(35)를 두고 전 세계를 통틀어 최고의 미인이라고 해도 토를 달 사람이 없다. 하지만 미모만큼 연기력이 인정받지 못하는 것 역시 사실이다. 김태희는 데뷔 이래 10여 년 간 10여편의 드라마와 5편의 영화에 주연급으로 출연했지만 연기력 논란은 여전하다. 영화는 ‘그랑프리’(2010) 이후 5년 간 얼굴을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가는 김태희를 기용한다. 늘 주인공으로, 값비싼 몸값을 지불해서라도 그녀를 출연시킨다. 연기력이 아닌 광고업계에서 바라본 그녀의 이미지 덕분이다. 서울대 프리미엄과 인형 같은 외모에 흔들리는 대중에 광고업계는 솔깃하고, 방송가는 광고 판매를 위해 이를 이용한다. 그래서 방송가는 ‘상품가치’로서의 김태희가 필요하다.
라제기 기자(라)= ‘용팔이’가 19~20%대로 시청률이 상당히 높다. 김태희가 시청률에 기여도가 많다고 볼 수 있나?
강은영 기자(강)= 그건 아니라고 본다. 4회까지 죽은 사람처럼 누워만 있었고 주원의 원맨쇼로 ‘용팔이’가 돌아갔다. 그나마 16일 방송의 장례식장 장면 등에서 김태희의 변화된 모습이 보였지만 그녀의 연기가 아니라 스타일과 극적인 장면 덕이 크다.
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김태희가 깨어나는 순간부터 몰입도가 떨어졌다는 농담 글도 있었다. 그런데도 왜 김태희는 드라마에 계속 나오는 걸까?
강= 연기력과는 무관하게 스타성과 화제성이 크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광고를 팔아야 하는데 김태희는 광고주들이 좋아하는 배우 중 하나다. 연기를 잘하든 못하든 김태희가 나왔다 하면 인터넷 인기 검색어 순위에 오른다. 요새 광고주들은 인터넷 노출 횟수도 체크한다고 한다.
라= 예상 밖으로 연기를 잘하면 또 그것으로 화제가 되고 회자된다. 어쨌든 김태희라는 상품가치가 상당히 높다는 것 아닌가.
조아름 기자(조)= 하지만 김태희가 연기력을 제대로 펼칠 배역도 안 해본 듯 하다. 김태희 또래의 여배우들에게 연기력이 좋다고 말할 때는 고생스럽고 감정의 기복이 심한 역할을 쳐준다. 김태희가 의도했건 안 했건 깊은 연기력을 보여줄 만한 배역을 맡은 적이 없어 박한 평점을 받는 듯하다.
라= 연기에 정답은 없지만 배우의 선택인 건 분명하다. 장동건은 연기 못하는데 곱상한 이미지가 싫어서 의도적으로 망가지는 역할을 했다.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2002)에 돈과 상관 없이 자진해서 출연했다. 대중에게 다른 이미지로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오죽했으면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2009)에서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말쑥하게 양복을 입어봤다며 웃더라.
강= 김태희도 충분히 색다른 연기를 보여줄 만한 기회가 있었다. 영화 ‘싸움’(2007)에서는 남편과 죽도록 싸우는 감정을 극대화할 수 있었고, 시대극이었던 영화 ‘중천’(2006)도 멜로와 액션을 응집해서 연기력을 보여줄 수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실패했다.
조= 그런 의미에서 ‘용팔이’는 기대할 만하다. 16일 방송에서 화려하게 복수를 시작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날 시청률도 20%를 넘겼다. 제작진이 후반에는 김태희의 원맨쇼라고 할 만큼 비중이 높아 연기력 논란은 없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라= 하지만 김태희는 ‘그랑프리’ 이후 5년 동안 영화 출연작이 없다. 제작사들은 김태희를 캐스팅하지 않는 이유로 연기력과 이미지를 꼽는다. 영화 스크린은 크기 때문에 연기로서 장악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녀는 호소력이나 흡입력 있는 연기가 아니라고 한다. 또 CF를 지나치게 많이 해서 이미지가 소진돼 달동네의 가난한 역할 등을 맡길 수 없다는 거다.
강= 그럼에도 김태희는 드라마 회당 4,000만~5,000만원의 출연료를 받는다. 4회까지 누워만 있었는데 2억원 가까운 몸값을 챙겨서 논란이 됐다. 드라마 회당 제작비가 2억원 정도다. 연기 잘하는 유명 중견배우들은 회당 1,000만~2,000만원이고, 평일 일일극 주연배우는 회당 300만~500만원을 받는다. 이들이 비중이 적은 것도 아니고 연기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조= 몸값이라는 게 광고에서 뷰티 모델로 활동하던 이력이 반영된 게 아닌가 싶다. 김태희가 광고시장에서 모델료로 연 10억원 정도를 받는다고 하니 이에 맞춰 출연료 등도 덩달아 올라간 것이다.
라= 그렇다고 팬덤이 엄청 강한 것도 아니다. 대중이 형성하는 시장과 광고주들이 형성하는 시장 사이에 분명 착시현상이 있다. 또한 중국에서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그들에 기댄 시장이 형성된 것 같다.
강= 방송사들은 일단 김태희라는 이름으로 화제가 되니 광고 판매에 어필한다고 생각해 비싼 금액이 들어도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한 번 올라간 출연료는 내려오는 일이 거의 없다.
라= 결국은 CF를 통해서 자신의 상품가치를 유지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기 때문에 TV드라마에서 연기를 열심히 하기보다는 이미지를 관리하는 데 치중하는 여배우가 아닌가 싶다. 연기로 인정을 받으려면 단순히 서울대 출신 미모의 배우라는 걸 뛰어넘어야 한다. 그래야 조금만 실수가 나와도 동네북처럼 연기력 논란이 재연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강= 그간 김태희의 작품을 보면 두 번 이상 호흡을 맞춘 PD나 작가, 영화감독이 없다. 꼭 ‘○○사단’이 될 필요는 없지만, 제작자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준 적이 있는지 한번쯤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이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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