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중산층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중국경제는 지금이 기회입니다.”
중국 TV 시장점유율 1위 스카이워스(촹웨이ㆍ創維)그룹 양둥원(楊東文) 총재는 16일 베이징 르네상스 캐피탈 호텔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양 총재는 “석유화학이나 철강, 부동산 등은 생산ㆍ공급 과잉으로 좋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후행 지표상으로는 나타나지 않는 실물 경제의 청신호도 적지 않다”고 했다. 그 사례로 “최근 항공편 좌석은 예약이 힘들고 고속철도 1주일 전 예매조차 매진인 경우가 많다”며 “호텔이나 고가품을 파는 상점에도 일반 사람들이 붐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전과는 확연하게 다른 이러한 현상은 바로 중국 중산층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증거”라며 “이에 따른 소비 구조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총재는 특히 중국 신중산층이 저가 제품보다 품질이 우수한 고급 상품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례로 스카이워스 본사가 있는 광둥(廣東)성 선전시를 들었다. 그는 “선전에는 저가품이 많은 월마트 매장과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제품들을 파는 회원제 유통 매장 샘스 클럽이 있는데 월마트는 고전을 면치 못하지만 샘스 클럽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스카이워스는 이런 중국 신중산층을 겨냥해 최근 고가 제품군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다. 양 총재는 “앞으로 중국 시장에선 고가 TV 제품군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저가 TV는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시장 공략에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 고향 장시(江西)성은 중국에선 가난한 동네에 속한다”며 “최근에는 거기에서조차 저가품보다 고가품에 대한 인기가 더 높아 놀랐다”고 덧붙였다. 스카이워스가 중국 현지 TV 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2만5,000위안(460만원)대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내 놓은 이유다.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사용한 이 TV는 예약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고 양 총재는 전했다.
하이난(海南)대 경제학과 교수였던 양 총재는 1998년 스카이워스에 재무총감으로 합류한 뒤 스카이워스그룹 TV 사업본부장과 그룹 부총재 등을 거쳤다. 중국의 시장조사기관 AVC에 따르면 스카이워스의 1~7월 중국 TV시장 점유율은 16%로 하이센스(15%)보다 높았다. 2012년 이후 누적 판매량 기준 점유율도 스카이워스가 16.4%로, 하이센스(15.7%)를 앞섰다. 중국의 연간 TV 시장 규모는 4,500만대 안팎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