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한 때 8위에 처진 팀이 맞나 싶다.
롯데가 놀라운 막판 스퍼트로 5위 자리에서 좀처럼 내려올 줄 모른다. 이종운 롯데 감독은 "5강 싸움이 끝까지 갈 것 같다. 순위가 매일 바뀐다"고 자세를 낮췄지만 5위 팀은 요지부동이다. 롯데는 8월까지만 해도 9위로 쳐질까 걱정했지만 9월 들어 10승1무3패를 기록, '가을 야구'를 향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팀이 신바람을 내면서 선수들간의 두터운 신뢰가 형성됐다. 주전 포수 강민호는 15, 16일 잠실 두산전에 팔꿈치 통증으로 결장했다. 투수 리드는 물론 매서운 방망이로 팀 전력의 핵심인 강민호 공백은 클 것으로 보였지만 신인 포수 안중열이 훌륭히 메웠다.
강민호는 "(안)중열이가 잘해서 눈치 안 보고 쉴 수 있어 다행"이라며 "지금은 경기 나가는 자체가 좋을 때라 볼 배합도 무섭지 않고 홈런이나 안타를 맞아도 두렵지 않다"고 듬직한 후배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안중열은 "(강)민호 형이 돌아와야 할 자리"라며 "그래도 중요한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고 적은 실점으로 막을 수 있어 기쁘다. 민호 형 몫까지 잘해야 한다는 걸 스스로도 너무 잘 알고 있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2군에서 재조정 기간을 거친 오른손 투수 심수창은 16일 두산전에 복귀했다. 돌아오자마자 3이닝 동안 탈삼진 3개를 곁들이는 퍼펙트 피칭으로 승수를 쌓고 5위 싸움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심수창은 20여일 만의 복귀전 그리고 정말 중요한 연장 승부에 등판해 심적 압박감이 클 수 있었지만 자신보다 한참 어린 안중열의 리드를 믿고 따랐다. 서로 간의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안중열은 "사인을 믿어준 심수창 선배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5위 싸움에 탄력을 받은 롯데는 선수들 사이에서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다. "우리는 똘똘 뭉쳐있다." 손아섭은 "8위를 할 때도 5강을 포기 안 했기 때문에 지금 좋은 경쟁을 하고 있다. 우리는 경쟁력 있는 팀"이라며 자신했고, 주장 최준석은 "최근 타격 감이 좋은 건 팀원 전원의 5강 진출에 대한 집중력이 나타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 7회말 폭투 때 홈에어 아웃 되는 두산 김현수.
실타래 풀 듯 술술 풀리니 하늘까지 롯데를 돕는 모양새다. 마치 지난 시즌 치열한 4위 싸움을 하던 LG 이진영이 "우주의 기운이 우리에게 온 것 같다"고 했던 것처럼 천운도 따른다. 16일 경기에서 7-7로 동점을 허용하고 계속된 7회말 2사 2ㆍ3루에서 강영식의 공이 뒤로 빠졌지만 이민호 구심의 몸에 맞고 공은 홈 플레이트 근처에 떨어졌다. 재빨리 공을 잡은 안중열은 3루 주자를 태그 아웃 시켰다. 1점을 손해 본 두산과 달리 롯데는 연장 12회초에서 상대 폭투로 결승점을 뽑았다. 안중열은 "직구가 바닥으로 깔려 뒤로 빠졌겠구나 싶었는데 바로 옆에 공이 있었다"며 "아웃시키고 나서 '뭔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심지어 롯데는 잔여 일정도 유리하다. 17일까지 잠실 3연전을 마치면 부산 홈 5연전을 치른다. 또한 추석 연휴 때 이동거리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중간에 잡힌 27일 원정은 부산과 가까운 창원에서 NC와 맞붙고 다시 안방으로 돌아온다. 10월1일 최하위 kt와 홈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최종 2경기는 목동과 잠실에서 연달아 하기 때문에 이동으로 쌓일 피로는 상대적으로 덜하다.
여러 모로 막판 5강 싸움 분위기는 롯데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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