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부터 8일간 진행중인 2016 S/S 뉴욕 패션위크에 패션 디자이너로 나선 왕년의 팝스타 빅토리아 베컴이 하나같이 깡마른 모델만 무대에 세워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날 베컴의 트위터 계정에는 ‘해골 쇼 같다’, ‘모델 밥 좀 먹여라’, ‘차라리 해골을 대신 걷게 하고 마른 모델들은 풀어줘라’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베컴은 ‘모든 체구와 사이즈의 여성을 위해 만들었다’며 이번 컬렉션을 홍보했지만, 실제 런웨이에는 어려 보이고 비정상적으로 마른 모델만 나섰다고 15일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본인이 2010년 “지나치게 마른 모델은 사양한다”고 말한 것도 모순된다.
음식 섭취 장애를 돕는 자선단체, B-eat(Beating eating disorder) 운영자 로나 가너는 “음식 섭취에 어려움을 앓고 있는 젊은 여성들은 이런 모델 사진을 벽에 걸고 살을 더 빼려는 목표를 세운다”며 “직접적으로 거식증을 유발하진 않아도 기존에 있던 식습관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나치게 마르거나 어려 보이는 모델은 젊은 여성층에게 ‘마른 몸매와 어린 외모만 아름답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그는 “패션사업은 옷뿐 아니라 전체적인 스타일이나 보이는 모습까지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마른 모델들이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해도 마른 몸을 따라 하는 사람이 생기면 사회적인 책임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다른 여성단체도 베컴이 영향력이 있는 디자이너인 만큼 더 다양한 체구를 가진 모델을 채용할 것을 촉구했다. 한 단체는 빅토리아 쇼에 오른 모델들을 ‘씬스피레이션(thinspiration)’에 빗대기도 했다. 씬스피레이션은 굶어서 날씬해지는 방법을 공유하는 영국 웹사이트로 청소년들이 많이 찾아 문제가 됐다. 영국 YMCA의 경영자 드니스 해튼은 베컴의 패션쇼를 보고 “구식으로 모델을 고르는 전형적인 사례”라며 “패션계에서도 다양한 체형과 사이즈의 여성도 아름답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언론에서 웃거나 음식을 먹는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베컴은 네 아이의 엄마로 완벽한 몸매를 유지해 많은 여성의 롤 모델로 평가 받는다.
반면 이번 뉴욕 패션위크에는 ‘아름다움’의 의미를 현실적으로 표현해 찬사를 받은 무대도 있었다. 캐나다 의류회사 ‘어디션 엘르’는 새로운 란제리 라인을 소개하면서 빅사이즈 모델만을 무대에 등장시켰다. 다양한 굴곡과 신체를 가진 여성모델들로만 채워진 무대는 뉴욕 패션위크의 역사적인 날이 됐다. 이날 빅사이즈 모델로 데뷔한 에슐리 그레이엄은는 ‘신체의 다양성을 인정하자’는 취지의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전영현 인턴기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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