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ㆍ檢 압박 의도… 법원은 일단 보류
해군 해상작전 헬기 ‘와일드캣’ 도입사업 비리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김양(62) 전 국가보훈처장이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법원은 한 장관의 증인 채택 여부를 추후 결정키로 했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현용선) 심리로 열린 두 번째 공판준기일에서 김 전 처장의 변호인은 “알선 상대로 지목된 군 고위층에 로비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점을 입증하고 싶다”며 이같이 요청했다. 이에 검찰 측은 “(한 장관이) 법원에 소환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반대 의견을 내자, 김 전 처장 측은 “출석이 어렵다면 진술서만이라도 받아 제출하고 싶다”고 재차 요구했다.
김 전 처장은 군 관계자들에 대한 로비 대가로 와일드캣 제조사인 아구스타웨스트랜드(AW)에서 고문료 명목의 65억원을 받기로 하고, 이 중 14억원을 실제로 챙긴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를 받고 있다. 김 전 처장의 로비 대상이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가 한 장관을 증인으로 요청한 것은 군과 검찰을 동시에 압박하려는 카드로 해석된다.
한 장관이 증인으로 채택되면 그가 김 전 처장의 로비를 인정하든 또는 부인하든 로비 의혹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김 전 처장의 법정 증언에 따라 군 수뇌부가 심하게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처장이 범행을 부인하며 입을 닫고 있어 로비의 상대방은 수사기록에도 특정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알선수재죄는 실제로 누군가에게 청탁을 해야 범죄가 성립하는 게 아니다”면서 “양측 의견이 다른 만큼 추후 검토해 보겠다”고 한 장관의 증인 채택을 일단 보류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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