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공항이나 관광지 등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서울의 명동 주변 길에도 관광버스가 줄지어 서있는 걸 보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위축됐던 관광시장이 얼추 회복됐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메르스를 겪은 뒤 중국인 관광객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전에는 호텔방을 내주고 물건을 팔면서도 속으로 ‘짱께’라 하며 무시했었는데 중국인 관광객들이 다시 돌아오니 그리 반갑고 고맙게 느껴지더라 하더군요.
메르스 여파가 극심했을 때 현장에서의 아우성은 대단했습니다. 폭증하는 중국인 관광객을 계산에 넣고 마구 세워진 비즈니스 호텔들은 객실을 10%도 채우지 못해 도산을 걱정해야 했습니다. 그 피해는 룸메이드 같은 저임금의 계약직 파견 노동자에 전가됐지요. 50명의 룸메이드를 쓰던 호텔은 3,4명만 남겼고, 나머지는 집에서 다시 불러주기만 기다려야 했습니다. 마냥 몰려들 것이란 장밋빛 전망에 취해있다가 메르스 한방에 국가 관광시장 전체가 휘청거린 겁니다.
정부가 K팝까지 총동원해가며 순발력 있게 대처해 다행히 관광시장은 비교적 이른 시기에 회복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만난 호남 모 군청의 관광업무 담당자는 지역에서도 중국인 관광객 유치가 화두인데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푸념했습니다. 200㎞가 넘는 공항까지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할까, 인솔 여행사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면 될까 고민하길래 그냥 관두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렇게 쓸 돈으로 차라리 내국인이나 신경 쓰라 했습니다. 매력적인 관광지로 내국인의 입소문을 타면 저절로 외국인 관광객이 찾아올 테니 조바심치지 말라고요.
메르스 사태는 한국의 관광현실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메르스 이전과 이후 우리의 관광은 분명 달라져야 합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보면 너무 즉각적이고 지엽적인 부분에만 신경을 쓰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중국인 관광객의 여행 편의를 위한 대책은 여럿 있지만, 메르스 같은 돌발 상황이 또 닥칠 경우 우리 관광시장이 버텨낼 수 있는 맷집을 키울 방안들에 대한 모색은 부족해 보입니다.
정부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 경쟁에서 일본에 뒤질 수 없으니 서둘러 총력 대응을 펼쳐야 한다고 하지만 일본과 우리의 관광시장 구조는 확연히 다릅니다. 일본내 관광시장은 90% 이상을 내국인이 채워주고 있어 외국인 관광객에 목을 매지 않습니다. 반면 우리는 40% 정도에 불과한 불안한 구조입니다. 면세점이나 화장품, K팝 만으로 외국인을 끌어들이는 데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기에 걱정은 더 커집니다.
우리도 내국인이 기본으로 떠받치는 튼튼한 관광시장을 만드는 게 먼저가 아닌가 싶습니다. 국민들이 쉽게 여행을 떠나고 행복한 관광을 하는 나라라면 굳이 비싼 돈 들여 홍보를 하지 않더라도 외국인들이 떼로 몰려들지 않을까요.
몰려드는 중국인 관광객이 있다는 건 분명 축복일 수 있으나, 그것에만 올인하는 것이 자칫 우리에게 재앙이 될 수 있겠다 싶어 하는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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