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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 오감치유로 마약 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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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 오감치유로 마약 끊으세요"

입력
2015.09.1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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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범죄 수사관 출신 전경수씨

가평에 전문 치료ㆍ예방 기관 마련

연예인ㆍ주부ㆍ청소년 등 360여명

산림욕 등으로 완치… 재발도 없어

16일 오전 경기 가평군 청평면 가평중앙교육원 교육관에서 전경수 한국마약범죄학회장이 마약 의존증 치유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흙 냄새 맡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16일 오전 경기 가평군 청평면 가평중앙교육원 교육관에서 전경수 한국마약범죄학회장이 마약 의존증 치유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흙 냄새 맡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마약! 끊을 수 있습니다.”

16일 오전 경기 가평군 청평면 가평중앙교육원(이하 교육원)에서 만난 전경수(63) 한국마약범죄학회장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전 회장은 국내 마약박사 1호다. 마약범죄 수사관이었던 그는 1998년 경찰에서 명예퇴직한 뒤 2003년 국내 최초로 ‘마약범죄학’ 완본(5권)을 내놨다.

교육원은 전 회장이 불기산 중턱(해발 350여m)의 터 6,000여㎡를 사들여 2010년 만든 마약중독자를 위한 전문 치료ㆍ예방교육 기관이다. 중앙교육원에는 마약과 관련한 문헌과 범죄자료, 교육원 수료자들의 체험 수기 등이 전시된 마약범죄학 박물관도 있다. 설립 비용은 마약범죄학회 회원 999명의 회비에다 전 회장이 사비를 더해 마련했다.

최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사위의 마약 복용 논란 등 사회 지도층 인사의 마약 스캔들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교육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전 회장은 그 동안 이곳에서 모두 360여명의 ‘마약 의존증’ 환자를 무료로 치료하고 교육했다. 그의 손을 거쳐간 중독자들은 우유주사로 불리는 프로포폴에 중독된 20대 유명 여자 모델 등 연예인들을 비롯해 조직폭력배, 가정주부, 유학생, 청소년 등 다양하다. 이들 중 재범자는 아직 단 한 명도 없다.

최근에는 경민(19ㆍ가명)이가 입소해 1년여 치료를 받았다. 경민이는 6살 때 아버지를 잃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중학교 3학년 때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본드의 유혹에 빠져 3년여를 헤어나오지 못했다. 경찰서를 들락날락 거리고 고등학교 2학년 때 퇴학당할 정도로 방황했다. 교육원에서 치료를 받은 경민이는 지난달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현재는 가평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며 대학입시를 준비 중이다.

경민이처럼 마약 의존증 환자들이 환각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건 자연을 벗삼아 이뤄지는 독특한 프로그램 덕택이다. 흙 냄새 맡기, 황토마사지, 산림욕, 쑥 체험 등은 중독자 뇌의 전두엽과 해마, 연수기능을 치유한다.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일부 시설은 전 회장이 직접 고안해 만들었다. 지름 20~30cm 통나무 10여 개를 밑에 깔고 그 위에 판자를 덧댄 흙 냄새 체험장이나 쑥을 섞은 황토를 발라 만든 황토방 등은 다른 기관에서 볼 수 없는 시설이다.

전 회장은 평생교육시설인 이곳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 더 많은 중독자들을 치유하는 게 꿈이다. 올 1월 발의된 ‘마약류 등의 중독증 제거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평생교육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그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전 회장은 “한해 마약범죄를 저질러 국내에서 검거된 피의자만 1만여 명에 이른다”며 “암수범죄(통계에 잡히지 않은 범죄)까지 감안하면 마약중독자가 20만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말했다.

글ㆍ사진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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