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범죄 수사관 출신 전경수씨
가평에 전문 치료ㆍ예방 기관 마련
연예인ㆍ주부ㆍ청소년 등 360여명
산림욕 등으로 완치… 재발도 없어
“마약! 끊을 수 있습니다.”
16일 오전 경기 가평군 청평면 가평중앙교육원(이하 교육원)에서 만난 전경수(63) 한국마약범죄학회장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전 회장은 국내 마약박사 1호다. 마약범죄 수사관이었던 그는 1998년 경찰에서 명예퇴직한 뒤 2003년 국내 최초로 ‘마약범죄학’ 완본(5권)을 내놨다.
교육원은 전 회장이 불기산 중턱(해발 350여m)의 터 6,000여㎡를 사들여 2010년 만든 마약중독자를 위한 전문 치료ㆍ예방교육 기관이다. 중앙교육원에는 마약과 관련한 문헌과 범죄자료, 교육원 수료자들의 체험 수기 등이 전시된 마약범죄학 박물관도 있다. 설립 비용은 마약범죄학회 회원 999명의 회비에다 전 회장이 사비를 더해 마련했다.
최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사위의 마약 복용 논란 등 사회 지도층 인사의 마약 스캔들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교육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전 회장은 그 동안 이곳에서 모두 360여명의 ‘마약 의존증’ 환자를 무료로 치료하고 교육했다. 그의 손을 거쳐간 중독자들은 우유주사로 불리는 프로포폴에 중독된 20대 유명 여자 모델 등 연예인들을 비롯해 조직폭력배, 가정주부, 유학생, 청소년 등 다양하다. 이들 중 재범자는 아직 단 한 명도 없다.
최근에는 경민(19ㆍ가명)이가 입소해 1년여 치료를 받았다. 경민이는 6살 때 아버지를 잃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중학교 3학년 때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본드의 유혹에 빠져 3년여를 헤어나오지 못했다. 경찰서를 들락날락 거리고 고등학교 2학년 때 퇴학당할 정도로 방황했다. 교육원에서 치료를 받은 경민이는 지난달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현재는 가평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며 대학입시를 준비 중이다.
경민이처럼 마약 의존증 환자들이 환각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건 자연을 벗삼아 이뤄지는 독특한 프로그램 덕택이다. 흙 냄새 맡기, 황토마사지, 산림욕, 쑥 체험 등은 중독자 뇌의 전두엽과 해마, 연수기능을 치유한다.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일부 시설은 전 회장이 직접 고안해 만들었다. 지름 20~30cm 통나무 10여 개를 밑에 깔고 그 위에 판자를 덧댄 흙 냄새 체험장이나 쑥을 섞은 황토를 발라 만든 황토방 등은 다른 기관에서 볼 수 없는 시설이다.
전 회장은 평생교육시설인 이곳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 더 많은 중독자들을 치유하는 게 꿈이다. 올 1월 발의된 ‘마약류 등의 중독증 제거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평생교육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그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전 회장은 “한해 마약범죄를 저질러 국내에서 검거된 피의자만 1만여 명에 이른다”며 “암수범죄(통계에 잡히지 않은 범죄)까지 감안하면 마약중독자가 20만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말했다.
글ㆍ사진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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