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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잘 나가는데 누가 8년이나 묶어놓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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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잘 나가는데 누가 8년이나 묶어놓겠소"

입력
2015.09.1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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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이상 노후주택 개량 지원 받아

8~20년간 LH에 임대관리 위탁

시범사업 후보 정릉동 주민들 난색

정부가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사업’ 시범지로 꼽은 서울 성북구 정릉동 일대 단독주택 밀집지역. 20년 이상 낡은 주택으로 이뤄졌지만, 집주인들은 “현재도 월세 수요 넘치는데, 왜 보수까지 하며 싼 임대를 하겠느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사업’ 시범지로 꼽은 서울 성북구 정릉동 일대 단독주택 밀집지역. 20년 이상 낡은 주택으로 이뤄졌지만, 집주인들은 “현재도 월세 수요 넘치는데, 왜 보수까지 하며 싼 임대를 하겠느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변이 대학가라 이미 월세 수요가 넘치는데 임대기간 묶이고 소득이 노출되는 걸 왜 합니까?”

정부가 이달 초 ‘9ㆍ2 주거 대책’에서 노후주택을 개량해 저소득 대학생과 독거노인 등에게 공급하는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사업’을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하면서 최적의 지역으로 꼽은 서울 성북구 정릉. 하지만 지난 10일 정작 이 지역에서 만난 주민들은 한결같이 난색을 표명했다.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사업은 주인이 지은 지 10년 이상 된 자신의 노후 주택을 개량해 8~20년 동안 시세보다 싸게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임대주택으로 내놓기로 하면 정부가 저리(1.5%)로 자금(최대 2억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임대 기간 동안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관리를 맡는 대신 집주인은 LH에 월 임대료의 7%를 수수료로 내야 하고, 계약기간이 끝나야 온전히 자기 집을 마음대로 관리 또는 처분할 수 있다. 국토부는 일단 내년에 150가구를 개량해 저소득층 1,000명에게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시범사업 후보군인 정릉의 집주인들은 마뜩찮아 하는 분위기다. 우선 긴 임대기간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한 50대 정릉동 주민은 “정권에 따라 복지, 부동산 정책이 바뀌는데 뭘 믿고 내 집을 최소 8년 이상 임대주택으로 묶어두겠느냐”며 “더구나 매달 내야 하는 대출 이자, LH에 내야 하는 수수료, 소득 신고 등 단점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임대 수익 구조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도 주민들의 불만이다. 이는 국토부 수익성 분석(임대시세 40만원 가정)만 봐도 알 수 있다. 시뮬레이션 결과 전용면적 99㎡ 규모 단독주택을 2층, 8가구로 바꾼 뒤 이중 6가구를 8년간 임대했을 때 매달 66만원씩 손해를 봐야 한다. 12년간 임대를 해야 손실이 없고, 20년 임대하는 경우에야 월 54만원씩 순수익을 챙길 수 있다. 임대기간이 최소 12년 이상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곳에서 영업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노후 주택에 사는 집주인들은 연로한 경우가 많은데 장기간 임대로 묶여 있는 대신 얻는 대가가 너무 적다”며 “집을 한 채만 갖고 있는 어르신은 팔순 넘는 고령이 돼서야 본인의 집을 돌려받는 것보다 차라리 집을 팔아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길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정릉은 노후주택이 많기는 하지만 주변이 국민대, 서경대, 성균관대 등으로 둘러싸여 있어 젊은층 월세 수요가 늘 많은 곳이다. 이곳에서 대학생 2명으로부터 월세를 받고 있는 이모(56)씨는 “대학생 수요가 많아 방이 비어있는 날이 거의 없기 때문에 사업에 참여하면 ‘공가(빈집)리스크’가 없다는 정부의 홍보가 와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집주인 리모델링 사업의 또 다른 후보군인 재개발ㆍ재건축 사업 해제 지역 등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최근 정비사업 계획이 백지화된 서대문구 홍제동 일대나 주거환경관리구역 중 한곳인 동대문구 휘경동 일대에서 만난 주민들도 대학생 수요는 넘치고, 임대사업을 원하는 사람들은 이미 집을 개조해 소득 신고 없이 월세를 받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 등으로 정부 사업을 부정적으로 봤다.

전문가들은 민간을 끌어들여 현저히 부족한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취지를 살리려면 좀 더 정교한 대책과 분석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한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집을 개량해도 20년 후 돌려받을 때는 어차피 노후주택이 돼 있기 때문에 리모델링한 주택을 돌려받는다는 것 자체는 매력적인 요소가 아니다”라며 “저소득 밀집 지역은 집을 불법 개조해 임대수익을 얻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합법화하거나 다시 개량하려면 집주인한테 충분한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김주리 인턴기자(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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