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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방관 열악한 처우, 이러고 국민 지켜 달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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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방관 열악한 처우, 이러고 국민 지켜 달랄 수 있나

입력
2015.09.1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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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5명이 숨지고 주민 1만여 명이 치료를 받은 2012년 구미 불산 누출사고에서 진화작업을 하던 소방관도 18명이나 부상했다. 당시 현장 소방관이 쓴 글이 화제가 됐다. “누군가는 막아야 하고 현장에 들어가면 죽는다는 말이 나오고 다들 현장에 들어가기를 회피한다. 하지만 구조대원이기에 내 의무를 다할 때가 됐구나 하고 화학복을 입으면서도 막내 소방관에게는 ‘넌 여기 남아있으라’고 지시했다. 아무래도 여기서 잘못되면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막내가 죽어도 같이 죽자면서 화학복을 입을 때 가슴으로 눈물을 흘렸다.”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 현장에 출동하는 소방관은 늘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부모와 가족들 얼굴이 슬라이드처럼 지나간다고도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목숨을 내놓고 위험을 무릅쓰는’소방관들의 실상을 잘 알지 못하거나 애써 외면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순직 소방관은 33명이나 된다. 더 심각한 것은 자살한 소방관이 35명에 달한다는 점이다. 우울증과 외상후스트레스, 수면장애 등으로 고통을 겪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소방관이 더 많다는 얘기다. 지난해 전국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심리평가에서도 응답자의 40%에 가까운 1만4,400명이 같은 증세를 호소했다. 그러나 이들 중 한 달 안에 치료받은 경우는 3%에 불과했다. 소방관들의 건강관리 대책이 사실상 없는 셈이다.

보수 등 처우는 더욱 열악하다. 주 80시간 넘게 일하지만 현장 근무자들에게 지급되는 생명수당은 월 13만원에 불과하다. 월 평균 30여건의 출동횟수로 따지면 한 번에 4,000원 남짓이다. 더욱이 전체 소방관 둘 중 한 명꼴로 수년째 초과근무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형편이 열악한 지방재정 때문이라지만 줄 것도 주지 않으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호에 최선을 다해달라는 것은 억지다. 올해 국감에서는 소방관들의 안전장비가 부족할 뿐더러 상당수가 노후한 사실도 드러났다. 방화복은 확보율이 83%에 불과했고 이 가운데서 21%는 낡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호흡기와 헬멧도 턱없이 부족했다. 소방관들의 최대 희망이 낡은 고가사다리 교체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9ㆍ11 테러 때 봤듯 미국에서 소방관은 영웅 대접을 받는다. 매년 어린이들 장래 희망 설문조사에서 1위를, 직업만족도와 행복지수에선 2위를 차지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직업만족도 최하위에, 임용 5년 내 이직률이 20% 이상이다. 이러고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라고 말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 사회 안전을 지키는 파수꾼을 지키는 것은 국가 사회의 당연한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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