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내부 임직원의 미술품을 사는 데 지나치게 많은 돈을 써 문제가 됐다.
16일 박원석 의원이 공개한 '한국은행 소장 미술품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은 보유 미술품 1,031점 중 55점이 내부 임직원으로부터 사들이거나 기증받은 작품이었다. 사실상 기증받은 작품 18점을 제외한 37점은 8,800만원에 구매했다. 그러나 현재 감정가는 2,870만원에 불과했다.
900만원에 구입한 동양화 한 점은 100만원으로 떨어졌고, 250만 원짜리 동양화 한 점의 감정가는 10만원으로 25분의 1이 됐다.
특정 직원의 작품을 집중해서 매입한 정황도 있었다. 한은의 소장품 중 21점이 내부 문서관리 업무를 맡았던 A씨의 작품이었다. 한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 중 가장 많은 작품을 그린 것이다. 때문에 편중된 작품 매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은이 사들인 A씨의 작품은 총 5,300여만원이었지만 최근 이 작품의 감정가는 총 1,36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정부 부처의 미술품 구매 체계가 한은에 적용됐다면 내부 직원의 다수 작품을 비싼 값에 사들이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부처에서는 2011년부터 강화된 미술품 관리체계에 따라 신규 구입·관리 업무가 정부미술은행(국립현대미술관)으로 일원화돼 미술품을 사들일 때 엄격한 평가 및 심사를 거쳐야 한다.
박원석 의원은 "한 나라의 중앙은행이 직원 작품을 고가에 사서 손해를 보게 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한심한 행태"라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매입 경위와 책임을 철저히 따져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미술시장에서 한국화의 전반적인 가격이 하락한 영향을 받은 것"이라며 "2006년 이후로는 직원 작품을 새로 사들인 게 없고 정부 부처에 준해 감정평가를 거쳐 투명하게 미술품을 매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신진작가 공모전을 여는 등 젊은 미술작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1950년대부터 시작된 정부 정책 때문에 미술품을 보유하기 시작했다. 당시 정부가 미술계를 지원하기 위해 한은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미술작품을 매입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김재웅기자 jukoas@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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