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두산 홍성흔(38)은 연신 같은 말을 반복했다. "드릴 말씀이 없다." "미안한 마음뿐이다." "창피하다."
<p style="margin-left: 5pt;"> 2012년 겨울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어 롯데에서 친정으로 돌아올 때는 금의환향이라는평가를 받았지만, 올 시즌에는 가장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초반부터 계속된 타격 부진의 영향이다. 클린업 트리오에 지명타자로 이름을 올리는 게 당연한 것처럼 보였던 일은 과거가 됐다.
요즘 두산의 선발 라인업에서 '홍성흔' 이름 석 자는 쉽게 볼 수 없다. 지난 6월14일 오른손 타자 최초로 통산 2,000안타를 달성했을 때 박수를 받았을 뿐 이처럼 팬들이 등을 돌린 건 처음이라 힘들고 괴롭기만 하다. 또 그를 가장 힘들게 하는 말은 '은퇴' 얘기다.
홍성흔은 "나이 먹어 (야구가) 안 되니까 힘들다. 은퇴하라는 얘기도 나오고…. 이번 시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복잡한 심경을 나타냈다. 그는 15일 현재 81경기에 나가 타율 0.254, 4홈런 34타점을 기록 중이다. 지난 시즌보다 타율은 6푼 가량 떨어졌고 홈런은 16개 적다.
홍성흔은 "구단과 동료, 팬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내가 대타로 나가도 (보는 사람은) 불안했을 것이다. 올해 못한 것 인정한다"며 고개를 숙인 뒤 "아직 우리는 3위를 포기한 상황이 아니다. 그 동안 어린 선수들의 힘으로 왔는데 앞으로 남은 중요한 경기가 많다. 고참으로서 더욱 집중하겠다"고 분발을 약속했다.
두산은 15일 현재 3위 넥센에 2경기 차 뒤진 4위다. 남은 17경기에서 충분히 탈환할 수 있는 격차다. 3위는 포스트시즌을 감안할 때 정말 중요한 자리다. 4위는 5위 팀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먼저 맞붙어 힘을 빼고 올라온다. 투수 1명이 중요한 시기인데 1선발을 쓰고 온다는 자체가 큰 타격이다.
홍성흔이 남은 경기를 벼르는 이유다. 지난 13일 잠실 kt전에서 그가 대타로 결승타를 치고,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가 데뷔 첫 구원승으로 모처럼 팀 승리를 합작한 후 나눈 대화는 큰 힘이 됐다. 홍성흔은 "니퍼트가 '오랜만에 올드 보이들이 해냈다'고 말을 하는데 힘도 생기고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도 생겼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그가 지난 부진을 만회할 기회는 충분히 남았다. 정규시즌 잔여 경기는 물론 2년 만에 '가을 야구'도 해야 한다. 긴장감이 가득한 포스트시즌 같은 큰 경기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더그아웃 리더 한 명에 따라 팀 전체 분위기가 좌우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홍성흔은 가을 야구에 특화된 선수다. 또한 두산이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던 2001년 '우승 DNA'도 갖고 있다. 포스트시즌 출전 횟수는 무려 99경기에 달한다. 통산 성적은 353타수 99안타(타율 0.280) 9홈런 41타점. 이 무대에서 분투하면 FA 계약 마지막 해인 내년 시즌까지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다. 그는 "비록 주전은 아니지만 홍성흔 하면 '할 수 있구나'라고 기억에 남을 수 있게 마무리 해야 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사진=두산 홍성흔.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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