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입가격이 감정가의 25배도
한국은행이 미술품 구입 예산을 내부 임직원 작품을 사들이는 데 쓴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작품 구입가격이 감정가의 25배에 달하는 등 실제 가치보다 비싼 값을 치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16일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박원석 의원(정의당)이 공개한 ‘한국은행 소장 미술품 현황’자료에 따르면 한은이 보유한 미술품 1,031점 중 55점이 전·현직 임직원 작품이다. 한은은 이 중 조순 전 총재의 서예작품 등 18점은 무상기증(취득가격 0원 또는 1,000원) 받았지만, 나머지 37점에 대해선 작품당 최소 20만원, 최고 900만원씩 총 8,450여만원의 작품값을 지불했다. 한은은 한국화 작가이기도 한 직원 A씨의 작품을 21점(총 구입가 5,300여만원)이나 취득하는 등 편중된 매입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한은 보유 임직원 미술품의 시장가치는 그러나 구입가격을 턱없이 밑돈다. 유상취득한 37점의 감정가격(2012년 기준)은 취득가의 33%에 불과한 2,770만원으로, 감정가가 취득가보다 낮지 않은 작품은 7점에 불과했다. 무상기증 받은 18점의 감정가(2,320만원)까지 합산해도 취득가격 대비 60% 수준이다. 900만원짜리 동양화의 감정가가 100만원, 250만원짜리 동양화 감정가가 10만원에 지나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미술시장에서 한국화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영향을 받은 것"이라며 "2006년 이후로는 직원 작품을 새로 사들인 게 없고, 정부 부처에 준하는 감정평가를 거쳐 미술품을 매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원석 의원은 "한은이 지난해 말 내부 미술동호회 지도강사 B씨의 병풍 작품을 800만원에 구입한 사례도 있었다"며 "한 나라 중앙은행이 직원들이나 동호회 강사 작품을 고가로 매입해 손해를 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17일 한은 국정감사에서 경위와 책임을 묻겠다"고 비판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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