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LA) 근교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기념관에서 16일(현지시간) CNN방송 주최로 열리는 공화당 대선 후보 2차 TV토론회에 미국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막말’이나 일삼는 코미디언 정도로 치부됐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대세론’의 주인공으로 떠오르며 공화당 대선레이스의 막이 올랐던 지난달 6일 1차 클리블랜드 토론회에 이어 이번 토론회 역시 공화당 경선 향방을 가를 수 있는 승부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지지율 1위를 달려온 트럼프의 질주가 이어질지, 그를 위협하는 존재로 떠오른 신경외과 의사 출신 보수논객인 벤 카슨 등 다른 후보의 깜짝 등장을 알리는 무대가 될지가 매우 주목된다.
토론회 참가자는 트럼프를 비롯해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 벤 카슨,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 랜드 폴 상원의원,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패커드(HP) 최고경영자 등 11명. 미국 현대 정치사에서 이렇게 많은 후보가 참가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카슨 후보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를 위협할 정도로 약진함에 따라 두 사람의 대결에 관심이 쏠린다. 뉴욕타임스(NYT)와 CBS 방송이 공화당 지지자들을 상대로 9∼1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27%, 카슨은 23%를 각각 기록했다. 지난 8월 초 실시된 같은 조사에서 나타난 18%포인트의 격차가 한달 여만에 4%포인트로 줄었다. 트럼프에 이어 역시 아웃사이더인 ‘카슨 돌풍’이 불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이미 카슨과 트럼프는 한차례 충돌 직전까지 간 바 있다. 카슨이 지난 8일 캘리포니아 주 유세에서 자신이 트럼프보다 신앙심이 훨씬 깊다는 취지로 발언하자, 트럼프는 “나는 믿음이 아주 강한 사람이다. 카슨은 믿음이 그다지 크지 않은 사람”이라고 곧바로 반박했다. 하지만 이 언쟁은 트럼프에게 ‘독’이 된 것으로 보인다. 보수적 기독교도들로부터 지지가 철회되는 흐름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워싱턴타임스는 첫 경선지인 아이오와 주 복음주의 유권자들 사이에서 카슨이 27%의 지지를 얻어 트럼프를 7%포인트 차로 따돌렸다는 퀴니피액 대학의 여론조사를 인용하면서 “개신교 보수주의자들은 카슨을 신뢰할 수 있는 친절한 개신교인으로 믿는다”고 지적했다.
허핑턴포스트는 카슨의 도약에 대해 “복음주의자들의 선호와 트럼프와는 반대되는 성격 등이 결합한 것 같다”며 “트럼프의 지지자들을 빼앗는 것보다 카슨의 지지자들을 가로채는 게 더 쉬워 보이는 만큼 TV토론에서 다른 후보들이 카슨을 많이 공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와 정치 신인 피오리나의 격돌도 볼만한 장면으로 꼽힌다. 허핑턴포스트는 “피오리나가 트럼프를 비난하고 트럼프가 맞받아치는 장면”을 예상했다. 최근 트럼프가 대중문화 잡지 롤링스톤과의 인터뷰 도중 TV에 피오리나가 나오자 “저 얼굴 좀 봐라”며 “누가 저 얼굴에 투표를 하고 싶겠냐”고 ‘막말’을 퍼붓자, 피오리나는 “내가 살아온 한 해 한 해와 모든 주름이 자랑스럽다”며 고스란히 되받은 바 있다.
이처럼 트럼프를 둘러싼 다양한 격돌이 예상되면서 2차 토론회의 승자도 결국 트럼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허핑턴포스트는 “수요일 밤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확실한 것은 그가 CNN의 시청률 기록 갱신은 자기 덕분이라고 주장할 것이라는 점”이라며 “그를 사랑하든, 미워하든 그 점은 부인할 수 없으며 트럼프에 대한 미국인의 매료는 확실히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당초 경선전의 승자로 점쳐졌던 부시 전 주지사나 워커 주지사 등 명망있는 정치인들이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부상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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