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오대 동문' 佛 교수 공개서한
“재용씨는 친절하고 공정하며 다가서기 쉬운 사람이었어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유학생활을 한 프랑스인 교수가 15일 삼성을 위한 고언을 담은 공개편지를 보내 눈길을 끌고 있다. 편지를 보낸 폴 조뱅 프랑스 디드로대 동아시아학과 교수는 1990년대 이 부회장과 게이오대 경영대학원을 함께 다녔다. 그는 “재용씨의 개인 이메일 주소를 찾을 수 없어 공개된 삼성 회사 메일로 보냈다”며 “재용씨가 읽을 수 있도록 사회관계형서비스(SNS)에 내용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편지에서 조뱅 교수는 유학시절 인상 깊었던 이 부회장의 모습을 소개했다. 그는 당시 이 부회장을 매 수업 전에는 일본어 사전을 찾아보며 성실히 준비하고, 토론할 때 명료하고 직설적이며 솔직한 의견을 냈던 사람으로 기억했다.
특히 조뱅 교수는 장학금에 얽힌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재용씨에게 장학금을 신청할 생각이 있냐고 물었는데 자신은 필요 없다며 웃음으로 얼버무린 기억이 난다”며 “나중에 다른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전했더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아들을 어떻게 모를 수가 있냐고 해서 그때 이 부회장을 다시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전까지 이 부회장이 자신을 요란하게 내세우는 사람이 아니어서 배경을 전혀 몰랐다는 설명이다. 그는 “재용씨는 누군가의 아들로서만이 아니라 이미 강한 개성을 가진 사람이었다”며 “재용씨의 동급생이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조뱅 교수는 삼성이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발병 문제와 관련해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게이오대 재학 시절 비슷한 사례를 놓고 함께 토론한 적이 있다”며 “이런 종류의 사건은 엄청난 비용이 들고 국제적으로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 있으니 사회적 대화를 가능한 빨리 재개하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기업들의 직업병 분쟁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만큼 집단적인 법적 대응이 시작되면 삼성전자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조뱅 교수는 “올해 초 삼성전자가 협상을 받아들인 것은 피해자들에게 희망이 됐다”며 “젊은 시절 공정하고 친절한 마음을 가졌던 재용씨가 피해자들에게 정당하고 윤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힘써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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