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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반대" 활동폭 넓히는 독일 극우… 인종갈등 재앙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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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반대" 활동폭 넓히는 독일 극우… 인종갈등 재앙될 수도

입력
2015.09.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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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세력 기지개, 난민시설 겨냥 잇단 방화 등

獨 전역서 동시다발적 테러… 극우단체 조직적 지원 배후로 지목

정부는 경제 체질 개선 기대 "난민 젊고 교육받아 구직열 높아"

독일 소방관들이 지난 7일 난민 84명이 묵고 있는 로텐부르크의 난민 보호소 화재 현장에 출동해 화재 진압 준비를 하고 있다. 로텐부르크=EPA 연합뉴스
독일 소방관들이 지난 7일 난민 84명이 묵고 있는 로텐부르크의 난민 보호소 화재 현장에 출동해 화재 진압 준비를 하고 있다. 로텐부르크=EPA 연합뉴스

독일이 유럽으로 몰려드는 난민들을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 다른 유럽 국가들이 난민 수용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8일 독일 뮌헨 중앙역에 도착한 시리아 난민 알라리에(37)는 “유럽에서 우리를 환영하는 국가는 사실상 독일이 유일하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뮌헨역에는 이날 시리아 내전을 피해 도망쳐 나온 난민 수백명이 도착했다. 독일은 7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EU 회원국의 난민 수용 규모를 4만명에서 16만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이중에 약 3만1,000명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기존에 받아들이기로 했던 난민 1만명까지 합치면 총 4만여명으로 유럽국가 중에서는 최대 규모다. 특히 2일 터키 해변에서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일린 쿠르디가 숨진 채 발견된 사진으로 전세계에 충격을 주자 독일 정부는 시리아 난민을 제한 없이 수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WP는 독일이 난민 수용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는 경제적 이유도 있다고 분석한다. 독일은 출산율이 감소하면서 총 인구가 현재 약 8,100만명에서 2060년까지 약 7,000만명 전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급격한 고령화로 경제 동력을 상실해가고 있는 것은 물론 퇴직 인구가 증가하면서 연금 등 복지재원을 책임져야 할 젊은 세대까지 부족해져 앞날이 막막한 상황이다. 특히 전문 산업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젊고 숙련된 기술자들이 부족해지면서 기업들은 산업의 동력인 인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일 정부는 난민을 적극 수용해 이 같은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벤츠를 생산하는 독일 다임러는 “난민 대부분이 젊고 높은 교육을 받았으며, 일하고자 하는 동기부여가 크다”면서 “바로 우리가 찾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최근 가진 기자회견에서 “난민 수용의 확대는 다가올 미래를 위해 독일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독일 정부의 난민 수용에 대한 장밋빛 전망과 달리 현지 언론들은 최근 비관론적인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난민들이 대거 독일 사회에 유입될 경우 은밀히 잠재해있는 극우주의 세력이 재등장해 인종갈등 문제가 폭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이 유럽에서 난민들에 가장 우호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 이면에는 난민을 적대시하는 극우주의 정당이 세를 불리고 있고, 또 최근까지도 난민시설을 겨냥한 방화사건이 독일 전역에서 잇따르고 있을 정도로 인종차별적 정서가 강하게 남아있다. AFP통신은 “독일이 이번 난민유입으로 지각변동의 수준을 겪을 것”이라면서 “특히 인종갈등 문제가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내 난민 센터 겨냥한 방화사건 잇따라

지난달 25일 독일의 구 동독 지역인 브란덴브루크주의 나우엔 지역에서는 최근 독일로 몰려드는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려고 긴급하게 피난처로 마련됐던 체육관이 한밤 중에 일어난 방화로 전소됐다. 나우엔에서는 올해 4월16일에 약 100여명의 시민들이 반(反) 난민 집회를 벌였는데, 이들은‘나우엔은 백인만을 위한 지역’‘난민을 위한 피난처 제공 반대’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특히 시위대는 집회 후 난민의 이주를 돕고 복지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난민센터로 몰려가 버스의 타이어를 칼로 갈기갈기 조각 내는가 하면, “친애하는 난민들에게, 이곳은 또 하나의 트로글로츠 지역이 될 것”이라는 위협적인 메모를 남겼다. 독일 동부의 작센주에 위치한 트로글로츠는 올해 3월 난민센터를 겨냥한 방화 사건이 일어난 곳이다. 이들의 경고대로 그로부터 5개월 후인 지난달 나우엔의 난민 시설에 불을 지른 것이다.

독일 내 난민센터를 겨냥한 극우주의자들의 방화사건은 독일 정부가 최근 대규모로 난민을 수용하기로 밝히면서 가열되는 양상이다. 지난달 25일 나우엔 지역에서 발생한 난민시설 방화는 2012년 이후를 기준으로 약 27번째(1년에 평균 6건)에 해당한다. 그러나 나우엔 방화사건 발생 직전인 단 일주일 동안(지난달 18일부터 25일까지) 일어난 방화사건만 5건에 달했다. 브란덴부르크주에 있는 수도 베를린을 시작으로 작센주의 라이프치히와 도벨느, 잘쯔헤멘도르프 등지의 난민시설이 차례로 공격 당했다.

문제는 이 같은 난민을 겨냥한 방화 테러와 시위가 일부 극우주의자들의 개별적이고 충동적인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극우단체의 조직적 네트워크를 통한 증오범죄라는 점이라고 독일 주간 슈피겔은 지적했다. 일부 극우주의자들의 일탈적 범죄 행위라면 난민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치러야 할 한시적 갈등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독일 전역에 네트워크를 형성한 극우단체가 치밀한 계획 하에 주도하고 있는 것이라면 장기적으로 다양한 인종을 포용해야 하는 독일의 사회 통합에 커다란 장벽이 되는 것은 물론 정부의 개입 없이는 해결될 수 없는 사회 구조적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국민의 순혈주의를 강조하며 외국인을 증오하는 독일 극우단체의 행각은 역사적으로 악명이 높다. 독일에서는 지난 2011년 히틀러와 나치를 추종하는 신나치주의자(네오나치) 3명이 국가사회주의당(NSU)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2000년부터 2006년까지 터키인 8명과 그리스인 1명 등 총 10명을 살해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희생자들은 모두 독일 이민자들로 나치 시절을 유태인을 연상케 하는 ‘인종청소’라는 명목이었다. 독일의 극우주의는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구 동독 지역을 중심으로 확대됐는데, 동독 지역이 경제적으로 낙후되고 서독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면서 과거 나치 시절로의 회귀를 염원하는 극우주의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독일 방첩기관인 헌법수호청(BfV)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약 2만5,000명의 극우주의자가 활동 중이다.

다행히 NSU 사건 이후 독일정부가 극우단체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서면서 이들의 활동은 상당 부분 약화됐다. 익명을 요구한 독일 정부 고위관계자는 “최근 테러의 배후에 극우단체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면서도 “극우주의자들이 극우단체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극도의 위험한 짓을 벌이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독일 내 커지는 극우주의 움직임

독일 뒤셀도르프 대학에서 네오나치즘을 연구하는 파비안 비호 박사는 “나우엔 방화사건 등을 포함해 최근 벌어지고 있는 연속적이고 동시다발적인 테러들은 조직적인 단체의 개입을 배제하고는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 극우주의자들을 규합해 조직적인 극우세력으로 키우는 배후에 1964년 창당한 네오나치 정당인 독일국가민주당(NPD)이 있다고 추정된다. 독일인 최고주의 및 외국인 혐오주의를 기반으로 당의 강령이 옛 나치당과 유사한 극우정당인 NPD는 법에 의해 세비를 받는 합법적 정당이다.

NPD가 독일 극우단체들의 배후에 있다는 증거들은 상당히 많다. 나우엔에서 방화사건이 발생하기 약 6개월 전인 올 2월 NPD 소속 정치인들은 나우엔 지역을 찾아 난민센터의 활동을 비난하며 극우주의자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촉구했고, 3월에 열린 난민 반대집회도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극우주의자 수백 명이 지닌달 독일 작센주의 드레스덴에 있는 하이데나우 지역에서 난민수용소를 포위하고 폭력 시위를 벌이기 전에 NPD의 지역 본부에 모여 회의를 가졌다는 목격자들의 증언들도 있다. 이들은 난민수용소 앞에서 경찰들을 향해 돌멩이나 불을 던지고 “히틀러 만세” 등을 외치며 난동을 부렸는데, 이 과정에서 경찰 30여명이 부상을 입었지만 시위를 벌인 이들은 단 두 명 밖에 체포가 되지 않아 사실상 NPD 정치인들이 비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특히 같은 시기에 난민 유입에 찬성하던 좌파 정당들의 사무소를 향해 달걀 세례나 페인트 폭탄 같은 극우주의자들의 테러도 벌어지면서 사실상 NPD가 정치권에서 세를 확장하려는 목적으로 극우주의를 전방위로 선동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극우주의 성향이 강한 하이데나우 지역만 하더라도 2014년 5월 열린 지방선거에서 NPD 소속으로 출마한 리코 렌츠는 이 지역에서 좌파정당 소속인 3명의 후보들을 합친 것보다 높은 득표율을 얻어냈다. 다만 NPD는 “어떠한 폭력에도 반대한다”는 공식입장을 통해 이 같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포스터, 서적 등을 통해 독일 내 극우주의자들의 결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시민의 방어’(Citizens’ Defense)라는 극우단체는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작센주여 깨어나라’는 글을 통해 하이데나우 지역에서 극우 시위를 촉구했고, 방화로 불탄 난민 시설 주변에서는 ‘독일의 정체성 운동’(Identitarian Movement of Germany)이라는 극우단체의 명칭이 적힌 스티커들이 길거리에 뿌려진 것을 경찰이 발견하기도 했다. 또한 일부 극우단체는‘ 내 이웃에 난민이 살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을 가진 21쪽짜리 서적을 발간해 시민들에게 배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라인란트-팔츠 주의 오초알 리벤츠 내무장관은 “이들은 시민들의 생각에 불을 지르는 정신적 방화범들”이라고 비판했다.

독일로 난민 유입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극우주의자들이 단합된 세력을 형성해 독일 전역에서 테러를 벌일 경우 독일 사회의 미래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돈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독일 빌레펠트 대학에서 갈등과 폭력의 상호연관성을 연구하는 안드레아 지크 박사는 독일 정부가 극우단체가 몰고 올 위협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단적인 예로 독일 경찰들은 384명의 과격 이슬람주의자들에 대한 명단을 갖고 있는 반면 테러를 벌일 가능성이 큰 극우주의자에 대해서는 단 18명뿐이 명단에 없다는 설명이다. 지크 박사는 “인터넷 상에서 외국인에 대한 증오 발언이 커지고 있고 이 현상이 극우주의로 발전하고 있지만 독일 정부는 현재 상황의 위험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난민이 대거 몰려드는 상황에서 독일 내 극우주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독일 사회는 커다란 재앙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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