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금 표면 균일 코팅 특허 보유한 지역 중소기업 4년간 악전고투
삼성과 대구창조센터 지원 받아 38개 업체에 전문프로그램 제공
성공 사례 속속 이어져 브라질 혁신기업협회와 협약도
# 영남대 교수인 유재용 테크트랜스 대표는 올해 초만 해도 절망에 빠져 있었다. 합금 표면을 균일하게 만들어 코팅할 수 있는 기법을 개발한 그는 무려 27개의 관련 특허를 받았다. 이 기술은 전자제품 케이스의 매끄러운 표면을 만들 때 필요하다. 당연히 성공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장은 냉혹했다. 지방의 이름 모를 작은 업체가 개발힌 기술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없었다. 유 대표는 모든 재산을 털어 붓다시피 해서 4년 간 악전고투했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자 사업을 포기하려 했다. 그때 삼성이 후원하는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이 기술에 주목했다.
삼성과 센터 측은 여러 시험을 거친 뒤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투자를 결정했다. 삼성이 투자하자 다른 기업들이 관심을 기울였다. 소위 ‘삼성 효과’다. 이어서 세계적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에 납품이 결정됐다. 미국에 납품실적이 생기자 이번에는 중국 업체들이 찾아왔다.
덕분에 지난해 1억원이었던 이 업체 매출은 올해 9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유 대표는 “혁신센터에서 까다로운 검증 결과 투자 가치가 높다고 판단되자 각종 지원이 이어졌다”며 “다른 창업 지원 프로그램도 이런 방식을 따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 대표의 테크트랜스는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존재 이유를 여실히 증명하는 모범적인 성공 사례다. 정부와 대기업이 하나가 돼서 중소기업에게 적절한 지원을 통해 세계적인 강소기업을 만들기 위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15일 출범 1주년을 맞았다. 현재 전국 17개 센터가 운영 중인데 1호는 삼성이 후원하는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다.
이에 센터와 삼성은 15일 대구 신천동 무역회관에서 출범 1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행사에는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권영진 대구시장, 김선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최 장관은 “대구 센터가 이룬 성공 사례들을 보니 감개무량하다”고 밝혔다.
대구 센터는 창업자들을 위해 ‘C-랩 조기육성’ 프로그램을 마련해 35개 창업 초기업체들을 지원했다. 이를 통해 성공 가능성이 보이는 기업에게 초기 투자금 2,000만원과 각종 자문을 제공했다. 창업 초기 업체들이 인력 양성에 어려움을 겪는 점을 감안해 전문교육프로그램도 개발해 38개사에 제공했다. 또 해외진출을 위해 중국 칭화대 과학기술원 등 중국과 연계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센터를 지원하는 삼성 계열사들도 투자에 적극 나섰다. 삼성벤처투자 등은 지난 1년간 48개사에 100억원을 투자했다. 2019년까지 200억원을 더 투자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등 4개사는 특허 4만여건을 개방했다.
대구 센터의 성공 사례는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끌어 해외 초기 창업 기업들까지 문을 두드리게 했다. 브라질의 혁신기업협회는 이날 대구센터와 ‘스타트업 발굴 및 육성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곧 브라질의 창업기업이 대구센터에 입주할 예정이다. 삼성은 양국간 협력을 위해 500만달러의 기금을 마련했다.
삼성은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확대할 계획이다. 우선 옛 제일모직 터에 짓고 있는 대구·삼성 창조경제단지를 내년 12월 완공 예정이다. 이 단지는 여러 개의 센터가 들어서는 복합단지 같은 곳이다.
또 창업 초기 업체들에 대한 대구 센터의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창조경제혁신센터 활성화협의회를 만들기로 했다. 삼성 부사장급 임원을 위원장으로 대구센터장, 지역업체 대표 등이 참여해 분기별로 효율적인 지원방안을 논의한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대표적 창업 초기 업체를 뽑아 세계적 창업대회인 이스라엘의 ‘스타트 텔 아비브 창업경진대회’ 참가를 지원하고 삼성의 네트워크를 통해 미국 진출도 도울 예정이다. 젊은이들의 창업 열기를 북돋우기 위해 대구, 경북지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창업경진대회를 열고 창업교육도 실시하기로 했다.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은 “대구 센터 출범 때 목표로 삼았던 창업 생태계 육성 효과가 이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며 “창업도 북돋우고 지역경제도 활성화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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