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SK에 비수 꽂은 오리온 헤인즈
고양 오리온의 애런 헤인즈(34ㆍ199㎝)는 프로농구 최장수 외국인 선수다. 2008~09시즌 서울 삼성 유니폼을 입고 처음 코트를 밟아 올해 8번째 시즌을 뛰고 있다. 헤인즈가 가장 돋보였던 시기는 서울 SK에서 뛸 때였다. 2012~13시즌부터 2014~15시즌까지 3시즌 연속 SK를 플레이오프에 올려놨고, 한 차례 정규리그 우승도 이끌었다.
그러나 헤인즈는 올 시즌 오리온의 부름을 받았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SK가 전체 2순위로 센터 데이비드 사이먼(203㎝)을 뽑자 7순위를 가진 오리온이 헤인즈를 선발했다. 문경은 SK 감독은 “헤인즈 선발 여부를 두고 고민을 많이 했다”며 “후순위였다면 주저 없이 뽑았을 텐데 앞순위에 걸려 안정적인 빅맨을 택했다”고 밝혔다.
헤인즈는 오리온 지명 후 자신의 SNS를 통해 “3년간 SK에서 함께 한 코칭스태프와 동료 그리고 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코트에서 다시 볼 수 있길 바란다”고 이별 인사를 남겼다. 그리고 시즌 개막 세 번째 경기 만에 헤인즈와 SK는 적으로 만났다.
문 감독은 경기에 앞서 오리온에서도 맹활약하는 헤인즈를 두고 “무서워 죽겠다”며 “헤인즈한테 점수를 줄 건 주더라도 다른 선수들의 공격을 막는데 집중하겠다”고 경계했다.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머리가 상당히 좋은 선수”라며 “다만 SK를 맞아 뭔가를 보여주려고 할 수 있는데 의욕만 잘 조절하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헤인즈는 역시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입증했다. 자신보다 키가 큰 사이먼을 상대하면서 붙으면 돌파를 하고 떨어지면 중거리 슛을 던졌다. 또 동료를 활용할 줄 아는 시야도 돋보였다. 33분8초를 뛰며 29점 8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올린 헤인즈는 팀의 75-68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오리온은 개막 3연승을 질주했다.
헤인즈뿐만 아니라 ‘타짜’ 문태종의 활약도 빛났다. 문태종(20점)은 승부처 4쿼터 3점슛 3개를 포함해 17점을 몰아쳤다. 헤인즈도 6점을 보태며 둘이 팀의 4쿼터 점수 23점을 모두 책임졌다. 헤인즈와 문태종은 올 시즌 우승을 노리는 오리온이 심혈을 기울여 영입한 카드다.
반면 SK는 개막전 승리 이후 2연패에 빠져 8위로 내려앉았다. 높이 싸움에서 37-21로 압도했지만 상대보다 2배 이상 많은 16개의 턴오버를 기록한 것이 뼈아팠다. 사이먼 혼자 26점 6리바운드 4어시스트 2블록으로 고군분투했다.
고양=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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