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구, 유사 상황에 '신속' 조치
달성군은 강건너 불구경 빈축
대중금속공고 후적지를 지역주택조합 모집으로 꼼수 분양한다는 논란(본보 15일자 26면 보도)이 거센 가운데 해당 자치단체인 달성군청의 소극적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달성군은 여러 가지 문제점 등으로 승인을 보류한 사업을 해당 시행사가 형태만 바꿔 재 추진,시민들의 피해가 우려됨에도 강 건너 불구경이란 지적이다. 반면 비슷한 사안에 대해 대구 수성구청과 동구청은 신속한 행정조치로 대조를 보였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대중금속공고 후적지의 ‘남수성의 아침’ 주택조합원모집은 시행사인 CH개발㈜이 일반 분양을 추진하다 사업계획 승인이 보류된 곳이다. 문제의 대중금속고 후적지는 고압가스탱크 등과 인접해 있고, 준공업지역인 데다 층고제한 지역이어서 아파트를 지으면 사업성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CH개발측은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3개 단지로 쪼개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개발하려다 달성군으로부터 제지를 받았다. 현행법상 300가구가 넘지 않으면 법적 규제가 대폭 완화된 도시형생활주택으로 분양할 수 있다. 달성군은 당시 사업승인을 보류하고 시행사인 CH개발㈜에 지구단위계획 제출을 요구했다.
하지만 CH개발측은 이번에 지구단위계획제출 대신 사업이름만 바꿔, 지난 11~14일 대구 수성구 상동에 위치한 홍보관에서 지역주택조합원 모집을 강행했다. 관계 전문가들은 같은 부지에 아파트대신 같은 수의 연립주택을 짓고, 개발주체도 시행사에서 주택조합원으로 이름만 바꿔 사업승인자체가 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달성군측도 CH개발측이 추진하고 있는 주택조합원모집 사업에 대해 사업승인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달성군은 아직 행정관청이 나설 단계가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특히 700만원대 분양가를 내세운 이번 지역주택조합사업은 조합원 자격이 무주택 또는 전용면적 85㎡이하 주택 1채 소유자 등이어서 대부분 서민들이다. 이 같은 피해 우려에도 불구하고 달성군 측은 “행정관청이 모든 피해를 막아줄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구 달성군 논공면에서 온 김모씨는 “알아보니 군에서 사업계획승인을 보류한 사업이 이름만 바꾼 격”이라며 “투자했다 사업승인이 제대로 안 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군민들 몫인데 군에서 나서야 하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병국 달성군 건축과장은 이에 대해 “조합설립인가 신청이 들어오기 전까지 행정기관에서 관여할 근거가 없다”며 “신청 후 조합원 자격, 사업 조건 등을 따져 승인을 결정할 문제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사업승인이 나기전이라도 문제야기소지가 있고 대중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면 시민보호차원에서 적극 행정을 펼쳐야 하며 특히 지역주택조합 관련 피해가 전국적으로 속출한 부분인 만큼 자치단체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반박한다. 특히 CH개발처럼 연립주택을 ‘아파트’로 토지매매가 덜 이뤄진 상태에서 ‘토지매입100%’조합원 분단금을 ‘분양가’로 과장해 홍보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또 주택조합원을 모집하면서 ‘아파트분양’으로 허위 광고하는 행위도 불법이다.‘남수성의 아침’홍보 문자에는 ‘분양문의’란 단어가 빈번히 나타났다.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권대중교수는 “조합이라고 하는 것은 법인이고 조합원은 법인의 주주로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인이 잘못되면 주주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곧 조합원 개개인 책임을 져야 하는데 조합원들은 이 같은 사실을 대부분 잘 모르고 조합원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달성군의 이 같은 미온적인 행보와는 달리 비슷한 사안에 대해 수성구청과 동구청의 발 빠른 행정으로 시민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수성구청은 사업계획승인이 나지 않은 CH개발 주택조합의 견본주택 공개는 불법이라는 점을 들어 남수성의 아침 홍보관 개관금지 명령을 내렸고 시정되지 않자 경찰에 형사 고발한 상태다. 동구청도 올 초 신암 3동에 위치한 서한의 모델하우스에서 지역주택조합 홍보관이 운영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시정조치를 취했다.
배유미기자 yu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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