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70㎝, 몸무게 54㎏. 합성고무 소재로 인간의 피부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5년 전 첫 모델이 판매되기 시작한 리얼돌 '록시'는 인간과 성관계가 가능한 로봇 인형이다. 해가 거듭할수록 점점 정교화 해지더니 급기야 올 연말에는 인공지능을 갖춰 실제 여성과 흡사한 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대당 7,000∼9,000달러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미 수천개가 예약판매 됐다.
‘성인용 장난감’이 점점 더 인간과 닮아가자 성인용 인공지능로봇의 개발에 반대하는 캠페인이 일고 있다고 BBC가 15일 보도했다.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는 영국 몽포르대학의 캐설린 리처드슨 박사는 “로봇과의 성관계는 윤리적으로도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록시 제작사인 미국의 트루컴패니언은 록시 같은 상품이 사회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인공지능 전문가 더글러스 하인즈 박사는“배우자를 잃거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며 아내나 여자친구의 대체품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을 갖추면 주인과 대화도 하고 주인의 취향까지 스스로 파악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인간끼리의 관계보다 더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로봇 업계에서는 성인용 리얼돌의 시장이 점차 커질 것으로 입을 모았다. ‘로봇과의 사랑과 섹스’의 저자 데이비드 리비는 “일상생활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섹스봇(섹스와 로봇의 합성어)으로 그 욕망을 채우려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2050년쯤에는 로봇과의 성관계가 지극히 일반적인 시대가 될지도 모른다”고 예상했다.
섹스돌 판매에 반대하는 캠페인 역시 리얼돌이 로봇업계에서 각광받는 산업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리얼돌이 전통적인 여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성을 상품화한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고 말한다. 리처드슨 박사는 “이런 식의 로봇이 개발되면 남녀관계뿐 아니라 어른과 아이 등 기타 인간 관계에도 해로운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해당 사업자들에게 상품개발을 재고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로봇이 점점 더 인간과 닮아갈수록 복잡한 윤리적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전기전자 기술자협회의 케빈 커란 박사는 로봇이 일상화되는 시대가 오면 ‘로봇과 결혼 할 수 있는지’ ‘로봇커플이 아이를 입양할 수 있는지’ 등의 윤리적 난제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영현 인턴기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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