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투유프로젝트-슈가맨'
공중파들 옛 자료 영상 제공 거부…10월 정규편성 앞두고 복병 만나
치열한 공중파-종편 경쟁 드러내
JTBC ‘투유프로젝트-슈가맨’(이하 ‘슈가맨’) 제작진은 10월 정규 편성을 앞두고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국민 MC’ 유재석 섭외가 아니라 옛 자료영상 확보였다. ‘질투’(1992)를 부른 유승범 등 최소 10년 전에 무대에 섰던 가수를 불러 방송을 제작한 만큼 이들이 활동했던 시절 영상을 보여주기 위해선 다른 지상파 방송사들의 자료영상을 받는 것이 필수다. 하지만 섭외한 가수들의 자료 확보에 번번이 제동이 걸렸다. ‘슈가맨’ 제작진은 “관련 자료 활용에 돈을 지불하겠다고 했으나 지상파 방송사에서 자료 제공을 거절 당했다”고 밝혔다.
2007년 출범한 종합편성채널 방송사들은 개국 전 출연자들의 영상을 쓰고 싶을 때는 돈을 지불하고 지상파로부터 자료를 받아 써왔다. 하지만 이런 협조마저 거부당하면서 제작진은 결국 가수들의 과거 사진에 노래를 들려주는 식으로 영상을 제작했다. 유승범의 영상뿐 아니라 그의 노래가 쓰인 MBC 드라마 ‘질투’ 자료영상 사용도 불허 통보를 받은 탓에 ‘질투’의 최수종과 고(故) 최진실의 엔딩 키스신 장면을 개그우먼 장도연의 대역 연기로 찍어 내보내는 촌극을 벌였다.
이는 지상파-종편 간 경쟁이 치열해진 현실을 반영한다. 방송 관계자들은 ‘지상파의 특별 견제’로 보고 있는데, 광고수주 악화 등으로 인해 종편에 대한 경쟁 의식이 고조된 상황에서 유재석의 새 프로그램이라 더 심한 견제대상이 됐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지상파에서 예능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한 15년 차 방송작가는 “유재석은 지상파의 전유물이었는데 이번에 종편에 출연해 여러모로 신경이 쓰였을 것”이라며 “돈벌이를 할 수도 있는데 이를 포기했다는 건 그만큼 눈엣가시였다는 얘기”라는 의견을 냈다. 유재석은 방송사의 ‘빅카드’로 통한다. 인지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바른 생활 사나이로 이미지가 좋아 시청률이 낮아도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에 광고가 잘 붙어 매출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국민 MC’가 타사에서 신규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니 자료 협조로 종편 좋은 일 시키겠느냐는 설명이다.
방송사 간 자존심 싸움에 연예인의 ‘새우등’이 터지기도 한다. 2011년 KBS2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였던 ‘달인’을 끝내고 SBS ‘정글의 법칙’에 출연한 김병만은 4년 동안 고향인 KBS에서 단 한 번도 정규 프로그램을 하지 못했다. 지난 4월 MBC ‘무한도전’에 새 멤버로 합류한 광희는 같은 달 SBS에서 종적을 감췄다. 경쟁 프로그램인 ‘스타킹’뿐만 아니라 ‘인기가요’ 등 SBS에서 하던 예능 프로그램에서 모두 마이크를 내려놓고 사라졌다. 한 가요기획사 대표는 “가요기획사는 소속 가수 출연 문제로 특정 방송사 눈 밖에 났다간 다른 신인들까지 음악 방송 출연에 애를 먹어 더 몸을 사린다”며 “그래서 소속사 간판 가수가 컴백했을 때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각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에 다 출연하고, 예능 프로그램도 방송사별로 돌아가며 출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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