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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먹을 '불량 계란' 빵 재료로 버젓이 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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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먹을 '불량 계란' 빵 재료로 버젓이 유통

입력
2015.09.1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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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불법 가공업자 등 15명 적발

가공된 액상계란서 대장균 5.6배

자가품질검사도 있으나 마나

깨지거나 닭 분변이 묻어 폐기해야 할 불량 계란이 액상계란으로 가공된 뒤 시중에 버젓이 유통된 것으로 확인돼 음식물 안전에 또다시 비상이 걸렸다. 특히 불법 가공된 액상계란에서는 대장균이 허용수치보다 무려 5배 넘게 검출돼 폐기 대상 계란에 대한 관리 대책이 시급하다.

광주 남부경찰서는 15일 폐기 대상 계란을 액상계란으로 불법 가공해 제과업체 등에 유통시킨 혐의(식품위생법 위반)로 계란가공업자 나모(45)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양계업자와 제과업체 대표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지난 7일 나씨 등의 계란가공공장을 덮쳐 확보한 액상계란이 대장균과 곰팡이균 등에 오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이 뒤늦게 ‘불량 계란’에 대한 수사에 나섰지만 불량계란은 이미 8년 전부터 시중이 팔린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나씨가 광주 광산구에 99㎡(30평) 남짓한 단층 건물의 계란가공공장을 설치한 뒤 불량 계란을 액상계란으로 불법 가공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7월. 나씨는 전남 나주와 함평 등지의 양계장으로부터 깨지거나 닭 분변이 묻어 상품가치가 없는 불량 계란을 정상 계란 가격(1판 30개 4,50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500~2,000원에 사들였다.

또 다른 계란가공업자 신모(57)씨도 2012년부터 광산구에서 가공공장을 운영하면서 나씨와 같은 방법으로 불량 계란을 납품받아 가공했다. 나씨 등은 공장 안에 세척기 등을 설치했지만 불량 계란을 씻지도 않고 액상계란으로 가공한 뒤 플라스틱 용기에 10㎏씩 담아 광주와 전남ㆍ북 지역의 제과업체에 납품했다. 나씨 등이 제빵업체에 넘긴 액상계란 가격은 1판 당 2,000~2,500원. 제과업체는 이렇게 넘겨받은 계란을 재료로 사용, 빵과 과자를 만들어 전국의 소매점 등에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씨 등이 최근까지 불량 계란을 가공해 시중에 유통시킨 액상계란은 1,500만개(914톤)으로, 이를 시가로 따지면 22억8,000만원에 달한다. 이 중에는 대장균 등에 오염된 액상계란도 상당량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경찰은 나씨 등의 불법 계란가공공장에서 확보한 액상계란을 광주시보건환경연구원에 세균오염 여부 등을 의뢰한 결과, 대장균이 허용기준치(100~1,000 CFU/㎎)보다 무려 5.6배가 많은 5,600 CFU/㎎나 검출됐다. 식용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이다. 경찰은 이에 따라 가공공장 두 곳에서 압수한 계란 2만3,000개(1.9톤)는 물론 불량 액상계란으로 만든 과자와 빵 30상자를 모두 폐기 처분했다.

문제는 세균 오염이나 변질 가능성이 높은 액상계란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액상계란 등 축산물가공품의 경우 가공업자가 세균 검출 여부 등 성분규격 적합 여부에 대해 자가품질검사를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적발된 계란가공업자는 자가품질검사 시 정상 계란으로 만든 시료를 자가품질검사기관에 보내 적합 판정을 받아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전국 양계농가에서 발생하는 폐기 대상 계란은 연간 14억6,000개 로 추산되는데, 이중 상당량이 불법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불량 계란의 가공ㆍ유통 과정에서 관계기관의 지도 감독 업무가 소홀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경호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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