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최측근 인사가 TV에서 한국은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할 자격이 없다는 취지의 독설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총재 특보는 14일 밤 BS후지TV에 출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중국 전승절(3일) 참석을 비판한 뒤 한국에 대해 “유엔 사무총장을 맡을 수 있는 정도의 국가가 아니었다는 것을 국제사회가 알아차린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하기우다 특보는 항일 승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된 중국 열병식을 반 총장이 참관한 것은 “월드컵 축구의 ‘심판장’이 특정 국가의 궐기대회에 나간 것 같은 일”이라며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아베 총리도 지난 11일 참의원 특별위원회에서 반 총장의 중국 열병식 참석에 대해 “극도로 유감”이라며 “유엔 사무총장은 쓸데없이 특정한 과거에 초점을 맞춰선 안된다”고 비판한바 있다. 아베 총리는 “(유엔 사무총장은) 국제사회의 융화와 발전을 추진하는 입장에서 미래지향적 자세를 취할 것을 가맹국들에게 촉구해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측의 반 총장 때리기와 관련해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이 숙원인 아베 정권이 유엔에서 펼쳐지는 중국과의 외교전을 의식하고 있다는 관측은 물론, 10월말이나 11월초에 열릴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역사문제와 관련한 한중공조를 견제하기 위함이란 분석도 있다. 일본 우익매체들은 반 총장의 행보를 ‘차기 대선출마를 위한 국내 반일감정 영합용’으로 비아냥거리는 상황이다. 특히 하기우다 특보가 한국의 국격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이번 주 안보법안 국회 처리로 절정에 달할 일본내 평화진영의 반발을 고려, 우익세력 결집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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