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버튼 통해 행선지 한눈에
찾아오는 과정 게임처럼 재밌게 인식
페이스북 팔로워 600명 넘기도
"인근 자영업자들과도 마찰 빈번
美·유럽처럼 푸드트럭존 있었으면"
“알리올리오 하나랑 뽀모도로 하나 주세요.”
14일 서울 도봉구 발바닥공원 초입의 한 트럭 앞에서 발길을 멈춘 행인이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나 들을 법한 메뉴를 주문했다. 요리사가 파스타 소스를 만들어 면 위에 부은 후 트럭 앞쪽에 놓인 화분 속 바질 잎을 따 장식을 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8분 남짓. 포장된 파스타를 받아 든 손님은 휴대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좋아요’ 버튼을 누르고 자리를 떴다.
거리 파스타를 만든 주인공은 푸드트럭 ‘곰파곰파’를 운영 중인 김채한(36), 김슬기(30ㆍ여)씨다. 푸드트럭은 차량 안에 주방설비를 설치해 음식을 조리ㆍ판매하는 일종의 ‘이동식 식당차’를 말한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간편하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외식 수단으로 오래 전부터 인기를 끌어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정부 규제개혁의 대표 사례로 푸드트럭이 지목되면서 수많은 청년 사업가들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정부가 갑작스럽게 규제를 풀었어도 성공까지 보장해 준 것은 아니었다. 유원지 도시공원 하천부지 등으로 영업허가 장소가 많아진 대신, 경쟁자도 그만큼 늘면서 새로운 활로를 뚫어야 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SNS였다. 아이디어는 지난해 개봉한 영화 ‘아메리칸 셰프’의 주인공이 샌드위치 푸드트럭의 이동경로를 실시간으로 SNS에 올리는 장면에서 따 왔다. 김슬기씨는 “계속된 이동으로 고정 손님을 확보하기 어려운 푸드트럭의 단점을 오히려 마케팅 수단으로 삼은 역발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인 사이인 두 사람은 올해 6월부터 트럭을 끌고 도봉구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는데 하루 두 번씩 ‘곰파곰파’의 이동 경로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등에 올려 손님을 끌어 모으고 있다. 페이스북에서는 팔로워가 600명을 넘어섰고, 행선지를 알릴 때마다 ‘좋아요’ 버튼이 60~70개 달릴 정도로 마니아층도 확보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했던 채한씨는 “손님들이 푸드트럭을 찾아오는 과정을 게임처럼 즐기고 있다”며 “언젠가 다시 레스토랑을 열 계획인데 SNS는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을 잠재 고객으로 확보해 주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푸드트럭과 SNS가 만나 새로운 음식 사업의 지평을 열어나가고 있다. 현재 업계 추산에 따르면 국내에 500여대의 푸드트럭이 있으며 이중 100대 이상이 곰파곰파처럼 SNS를 이용한 판매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서울 광진구 건국대 인근을 터전으로 피자 푸드트럭 ‘두 남자 피자’를 운영하는 청년사업가 김겨울(26), 송명진(26)씨도 SNS를 활용하는 푸드트럭 셰프들이다. “2013년 처음 푸드트럭을 시작할 때 홈페이지를 만들고 프로모션을 했는데도 손님이 거의 없었다”던 이들은 SNS에 위치 알림 서비스를 개시한 후 고객층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소개했다. 김겨울씨는 “주 고객이 SNS를 활발히 이용하는 2,30대라서 실시간 공유의 파급력을 새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SNS 마케팅 덕분에 종종 주무대를 벗어나 강남구 논현동, 마포구 연남동 등으로 진출하기도 한다.
SNS 덕분에 다소 숨통은 트였지만 청년사업가들은 푸드트럭 앞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겨울씨는 “인근 자영업자들과 마찰을 빚는 경우가 많아 푸드트럭간 경쟁뿐만 아니라 일반 가게와도 경쟁을 해야 한다”고 이중고를 토로했다. 김슬기씨 역시 “미국과 유럽에서는 ‘푸드트럭 존’을 설정해 정해진 날짜와 장소에서 사업자들이 한데 모여 영업을 한다”며 “국내에도 도입되면 푸드트럭 사업자와 가게 자영업자가 상생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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