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생한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의 근본원인은 대한항공의 미흡한 안전문화 수준과 경직된 기업문화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14일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수현 의원에게 제출한 '대한항공 경영구조 및 안전문화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안전문화는 전반적으로 안전분야 관리에 미흡하며 사후적 대응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용역을 진행한 한국생산성본부는 대한항공의 안전문화를 책임·자각·실행·정보·소통·적응 등 6개 분야에 각각 3개 항목씩 총 18개 항목을 평가했다. 6개 문화 특성에 대해 안전문화 역량 성숙도를 분석하면 '실행' 문화가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작업스케줄만 안전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나머지 항목은 평균 이하 점수를 받았다. 보고서는 안전보안실장이 사고조사와 조종사 자격심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모두 보유함에 따라 안전관리를 빌미로 한 직원 길들이기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안전이슈가 다수 존재하나, 개인정보 노출우려와 홍보 부족으로 비밀보장 자율보고 실적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외이사의 독립성·전문성이 취약하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2010년 이후 상정된 152개 안건에 대해 모두 사외이사 반대 없이 가결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사외이사 가운데 13년9개월, 7년9개월 장기 연임하는 인사가 있고, 대한항공에 회계·세무 자문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공정거래위원회 대한항공 대리인을 맡은 인사가 포함돼 있다.
보고서는 또 대한항공이 과도한 원가절감으로 정비예산 및 시간을 줄였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항공기가 노후되고 있으나 정비예산 및 정비시간 모두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의 정비예산은 2012년 9,427억원에서 2014년 8,332억원으로 줄었고, 2014년 운항횟수당 정비시간은 2012년 대비 8.28% 감소했다.
보고서는 "땅콩회항 사건을 오너 일가의 강압과 안전이라는 공익가치의 충돌로 보고, 안전이 의사결정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고자 연구를 진행했다"며 "항공사는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정립하고 사내소통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결론냈다.
박수현 의원은 "땅콩회항 사건은 경직된 기업문화가 안전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며 "항공안전에서 소통이 지니는 중요성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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