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값 급등으로 무주택 서민의 주거비용 부담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경고가 또 나왔다. 국회 정무위 김기준 의원(새정치연합)이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국내 전세보증금 총액은 2010년 258조원에서 지난해 393조원으로 4년 간 53%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세 가구수가 344만 가구에서 398만 가구로 15.5% 증가한 걸 감안해도 전셋값 상승이 지나쳤다는 얘기다. 그 결과 가계의 소비지출 대비 주거비 비중도 30.4%에서 34.5%로 치솟아 소비 부진의 원인이 됐다.
상황을 세목 별로 보면 소비 부진과의 연관성이 더욱 극명해진다. 일례로 수도권 전세의 평균보증금은 같은 기간 1억2,803만원에서 1억8,023만원으로 무려 41%나 올랐다. 2년 전세계약 갱신 때마다 보증금이 2,600만원씩 증가한 셈이다. 반면 해당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4,081만원에서 5,111만원으로 25% 늘어나는데 그쳤으니, 소비심리가 살아날 리 없었다. 조사기간 이후 오름세까지 감안하면 최근 전체 전세보증금 규모는 457조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돼, 지난 2분기말 전체 공식 가계부채 1,360조원 외에 그만큼의 보증금 부채도 합산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전월세 값 급등은 현 정부 들어 부동산경기 부양에 급급했던 정책의 부작용이다. 저금리로 인해 월세가 확산되고 매물 감소로 전셋값이 오를 수밖에 없기도 했지만, 정부가 전세 수요를 매매로 돌리기 위해 주택 임차비용 상승을 방조한 탓에 전월세 난이 가중됐다. 이른바 ‘빚 내서 집 사라’ 정책으로 가까스로 부동산 경기는 살렸지만, 6년6개월째 전세값이 쉼 없이 오르며 정책 부작용은 고스란히 집 없는 서민이 떠안게 되고 소비의 발목까지 잡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정부 대책은 여전히 시늉뿐이라는 게 문제다. 이달 초에 내놓은 전월세 대책만 해도 그렇다. 낡은 주택을 1인용 소형 가구로 리모델링해 독거노인과 대학생 등에 싼 값에 공급하고,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공급확대에 초점을 뒀지만 전반적 전월세난을 잡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다 보니 추석 이후에도 전월세 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유럽에선 소득대비 주거비 부담이 25%가 넘으면 정책대상이고 국가책임이 있는 것으로 본다. 우리의 경우 전체 가구의 20%가 월평균 소득 150만원 이하다. 이들 가구가 대도시에서 보증금 없이 50만원짜리 월세를 산다고 해도 소득대비 주거비 부담은 30%를 넘는다. 전월세난의 고삐를 잡을 전환적 대책이 시급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