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의 예능 프로그램을 남자 MC들이 독식하면서 여자 방송인들이 종합편성채널로 쏠리고 있다.
최근 박미선과 김신영이 KBS2 ‘해피투게더 3’에서 밀려난 자리를 전현무가 채우고, SBS ‘잘 먹고 잘 사는 법, 식사하셨어요?’에서 하차한 이영자 대신 김수로가 발탁됐다. 박미선과 이영자는 종편으로 향했다. 이영자는 지난달 첫 선을 보인 JTBC ‘연쇄쇼핑가족’의 메인 MC가 됐다. 지난해 7월 8년여간 진행한 MBC ‘세바퀴’에서도 하차한 박미선은 지상파 방송과는 완전히 발을 뗀 반면 채널A ‘아내가 뿔났다’, TV조선 ‘글로벌 반상회- 국제아파트’ 등에 출연하는 등 종편에 새 둥지를 틀었다.
개그우먼 안선영과 송은이도 각각 TV조선 ‘대찬인생’과 JTBC ‘힐링의 품격’의 메인 MC를 꿰차고 있다. 지상파 공채 아나운서 출신 여자 방송인들도 종편에서 활약하고 있다. 방송인 최은경은 TV조선 ‘인스턴트의 재발견 간편밥상’과 MBN ‘속풀이쇼 동치미’의 MC이며, 박지윤도 JTBC ‘연쇄쇼핑가족’ ‘키즈 돌직구쇼-내 나이가 어때서’를 맡아 주가 상승 중이다.
이 같은 여성 MC들의 종편 쏠림현상은 콘텐츠와 광고 판매 등을 놓고 지상파가 종편? 케이블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검증된 소수 남성 MC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데 따른 영향 중 하나다. 한 방송관계자는 “오는 추석특집만 해도 지상파는 전현무 김성주 등 남자 MC들만 풍년을 맞게 됐다”며 “시청자 반응이 중요한 파일럿 프로그램이 대개 명절특집으로 편성되는데, 여기서 광고주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검증된 남자 MC들을 선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지상파 방송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는 여성 방송인들이 종편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 셈이지만, 출연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제약이 크다. 이들이 안방마님으로 자리한 종편 프로그램이 하나같이 사적인 개인사를 늘어놓거나(‘아내가 뿔났다’ ‘국제아파트’) 옛 스타의 과거를 되짚는 가십성 토크쇼(‘대찬인생’)들이다.
종편의 한 예능PD는 “건강, 가족, 시집살이 등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토크쇼에 50~60대 여성 시청자들의 주목도가 높기 때문에 이런 소재를 끌어갈 수 있는 40~50대 여성 MC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 특성상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 까다롭게 감추지 않고 수다를 떠는 중년 여성 MC들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은경은 ‘동치미’에서 “초등학생 아들이 화투를 너무 좋아해 걱정”이라고 하는 등 자극적인 멘트를 스스럼 없이 던지기도 했다.
윤정주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지상파 예능 프로의 남녀MC 성비는 4대 1 정도로 남성 편중이 심한 편”이라며 “방송 MC 성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방송사 가이드라인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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