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타협에 대한 노동계 반응
13일 밤 노사정위원회의 노동개혁 쟁점 타결 소식에 정부, 경영계가 즉각적으로 반응을 나타낸 것과 달리 노동계는 지각 반응을 나타냈다. 그 반응도 달라진 노동 여건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 때문인지 환영 분위기는 아니었다. 일부에서는 노동계가 결사 반대했던 취업규칙 변경 완화와 일반해고 지침 마련 의제가 향후 언제라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실망감까지 표시했다.
먼저 한국노총은 이날 노사정 합의문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강훈중 대변인은 “14일 중앙집행위원회 개최가 예정된 만큼 오늘 나온 결과를 두고 벌써 실익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한국노총 내부에서 노사정 복귀를 반대했던 산별노조는 이번 결과가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산별노조 조합원은 “김동만 위원장이 생각보다 너무 빨리 두 손을 들어버렸다”며 “사실상 노동계가 내어줄 수 있는 건 모두 다 내준 걸로 보여 허탈하다”고 말했다. 14일로 예정된 중집위에선 명분 없는 노사정 복귀를 반대해 온 산별노조 대표자들이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합의안 통과를 낙관하기 이르다는 관측도 나온다.
노사정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민주노총은 “명백한 야합”이라며 보다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밤 성명을 내고 “쉬운 해고와 비정규직 양산을 노린 노동시장 개악이 강행됐다”며 “이번 야합으로 박근혜 정부와 한국노총은 더 이상 노동자에게 정부도, 노조도 아님을 인정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14일 비상 상임집행위원회와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규탄대회 개최 등 향후 투쟁 계획을 논의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도 노동계의 향후 행보를 마냥 낙관하고 있지는 않다. 취업규칙 변경 완화와 일반해고 지침 마련에 대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되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기로 한 것이 향후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논의를 노사간 ‘합의’가 아니라 ‘협의’ 수준으로 정한 것은 향후 분쟁을 예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재진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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