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이 13일 노동시장 개혁의 핵심쟁점인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완화’ 등에 합의하자, 재계는 파국을 막았다는 측면에선 일단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노사정 합의사항이 단기간에 현장에서 시행될 수 없는데다 경제계가 요구했던 법제화와는 거리가 멀어 만족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나왔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합의한 내용에 따르면 일반해고는 ‘근로계약 체결 및 해지의 기준과 절차를 법과 판례에 따라 명확히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일방적으로 시행치 않으며,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고 했다. 취업규칙 변경요건의 경우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피크제 개편과 관련, 취업규칙 개정을 위한 요건과 절차를 명확히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일방적으로 시행치 않으며,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고 합의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는 노사정 협상이 결렬되는 최악의 국면을 피한 데 대해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협상이 깨지면 각 주요 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단체 파업 등 올해 노사 관계가 더욱 꼬일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이미 현대자동차는 파업 찬성안을 통과시켰고, 현대중공업은 부분 파업을 단행했으며 금호타이어는 노조 파업으로 직장 폐쇄까지 간 상황이다.
이경상 대한상의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노사정 대화가 합의라는 형태로 제도개선의 틀을 마련한 것에서 노동개혁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며 “노사 서로가 ‘윈윈’하는 지평이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이어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라는 두 가지 쟁점사항은 중앙에서 일괄 합의하기는 어려운 문제여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현실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주는 게 시급하다”고 당부했다.
전경련 관계자도 “오랜 진통 끝에 노사정이 합의를 이룬 것을 환영한다”며 “노동 개혁 법제화 등 경제계 요구 사항에는 못 미치지만 노동 개혁에 가속도가 붙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주요 대기업도 대체로 노사정 합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노사정이 대화 테이블에 계속 앉아 노동 개혁을 논의하기로 함에 따라 올해 노사 관계 해결에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번 노사정 합의를 통해 대화 국면이 조성되면서 일부 제조업체 노조의 파업 등도 타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노사정의 타협으로 향후 좀 더 유연하고 전향적인 노사 관계가 정립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기업 임원은 “어찌됐던 노사정이 등을 돌리지 않고 합의한 게 큰 소득이라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 노사정 대화 과정에서 파견 근로 관련 규제의 대폭 완화 등 고용 유연성을 확대하고 호봉 중심의 연공급제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바꾸는 작업이 구체화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합의사항을 구체화하는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될 지, 실제로 이뤄진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경총 관계자는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을 만들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어 아쉽다”고 지적하며 입장을 유보했다. 다른 재계단체 관계자는 “합의된 내용에 ‘노사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추진한다’고 돼 있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이 더 지나야 현장에서 실행될 지 모르기에 답답한 점도 있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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