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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빅브러더의 세계

입력
2015.09.13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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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대학 시절 휴거와 관련된 종말론적 종교영화를 보고 빅브러더 출현의 현실감에 섬뜩했던 적이 있다. 가까운 미래에 개인정보가 들어있는 칩을 사람 몸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적그리스도가 통치하는 세계정부가 개인을 감시하고 통제한다는 내용이다. 범죄자 등 칩이 없는 사람은 가게에서 물건을 살 수도 없고 식당에서 밥을 사서 먹을 수도 없다.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이 적그리스도의 손바닥 안에 있으므로 그의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게 된다.

▦ 미국의 바이오칩 회사가 개발한 베리칩(verification chip)은 쌀알만 한 크기로 사람 몸 속에 주입한다. 애초 애완동물이나 가축관리 등에 사용되던 이 칩에는 무선송수신 식별장치(RFIDㆍ전자태그)가 내장되어 있고 유전자와 같은 생체정보, 질환 명이나 진료기록 등이 담겨있다. 알츠하이머, 당뇨, 심장병 등 복합 치료를 요하는 환자 관리를 쉽게 하기 위한 것이다. 환자가 의식이 없는 경우 의사는 이 칩에서 정보를 확인, 적절한 치료를 신속히 할 수 있다. 2010년 미국 의회는 건강보험개혁법을 통과시키면서 2017년부터 전 국민에게 강제로 칩을 이식하는 내용을 포함시켰으나 종교계의 반발을 샀다.

▦ 일상생활에 사용되는 신용카드에도 다양한 정보가 수록되어있다. 개인의 신상정보는 물론, 돈을 쓴 위치와 액수, 점포 등에 대한 정보가 다 들어가 있다. 그 때문에 가정불화가 일어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룸살롱 등에서 신용카드를 썼다거나, 밤늦게 시내 모텔 현금인출기에서 현금을 빼낸 기록 때문에 꼬리를 잡히기도 한다. 실제로 범인을 잡는데도 신용카드 정보가 종종 활용된다.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조회하면 어디서 물건을 샀는지 등 범인의 이동 경로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제는 신용카드와 휴대폰이 결합했다. 신제품 갤럭시S6 등에 적용되는 삼성페이가 대표적이다. 휴대폰에 신용카드 정보를 넣어 결제수단으로 사용한다. 지갑 없는 세상이 코앞에 왔다. 하려고만 든다면 휴대폰으로 개인의 위치확인서부터 돈 쓴 내역까지 상세히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되는 것이므로 사실상 몸에 베리칩을 삽입한 것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누군가가 내 휴대폰을 해킹한다면 무서운 일이 벌어질 것이다. 과학의 발전은 양면성을 갖는다. 편리한 만큼 삶은 위험해진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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