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의 한국로봇융합연구원 2대 원장에 박철휴(55ㆍ사진) 교수가 지난달 말 선임됐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박 원장은 2002년 미국에서 학업을 마치고 귀국, 포항공대 교수를 역임하는 등 10년간 학자로 일했다. 그러다 이후 10년은 정부 및 자치단체 산하 연구소에 근무하며 주로 기획 업무를 맡았다. 공학도이지만 연구 개발 못지않게 경영 능력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박철휴 원장을 만나 국내에서 정부산하 로봇개발 연구소로는 유일한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의 운영 계획과 포부를 들어봤다.
_공모를 통해 선임됐다. 한국로봇융합연구원장에 도전한 이유가 궁금하다.
“미국과 국내 대학에서 로봇연구개발에 매진했다 정부 산하 연구원에서도 로봇기업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로봇산업 정책수립 등 로봇분야의 폭넓은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을 한국로봇산업을 선도하는 세계적 연구기관으로 성장시켜 보겠다는 의지로 도전하게 됐다.”
_포항지능로봇연구소가 한국로봇융합연구원으로 간판을 바꾼 지 3년이 지났다. 연구소일 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포항지능로봇연구소는 포항과 경북을 중심으로 국내 로봇연구개발의 기반을 닦았다. 그 후 산업통상부가 지정하는 로봇분야 유일의 전문생산기술연구소인 한국로봇융합연구원으로 바뀌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로봇연구개발 기관으로 거듭났다. 이에 따라 세계적 로봇상용화 연구기관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로봇 연구개발과 더불어 국내 로봇산업 발전을 위한 로봇기업지원도 하게 됐다.”
_대구에 명칭이 비슷한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있고 경남에는 로봇랜드가 있다.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은 어떻게 다른가.
“로봇 분야에서 각 기관별로 맡은 업무가 다르다.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은 로봇 연구개발을 통한 신기술을 로봇기업에 지원하는 상용화 로봇연구기관이다. 하지만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로봇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수립이나 지원 업무가 중심이다. 예를 들어 포항의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은 청소로봇 같은 로봇 자체를 개발하는 연구기관이고,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로봇 이용자에 대한 연구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관련 정책을 만드는 기관이다. 경남의 로봇랜드는 로봇산업 육성을 위해 조성된 로봇테마파크인데 로봇연구단지, 로봇전시관, 로봇박물관, 컨벤션센터 등이 들어서는 로봇을 주제로 한 복합 문화공간이다.”
_모태인 포항지능로봇연구소까지 포함하면 한국로봇융합연구원도 벌써 설립 10년이다. 그렇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없는데.
“원장을 맡은 뒤 연구원 내부를 찬찬히 들여다보고 나서 지난 10년간 다양한 분야의 로봇 연구개발을 축적해 왔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탁월한 능력을 가진 연구자들이 상당히 많았다. 연구원에서 수중과 의료, 작업지원, 문화 등 4대 특화 분야에서 30여 종의 로봇플랫폼을 개발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나타냈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상용화도 이뤄지지 않았다. 너무 안타깝다.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_연구원 운영에 여러 계획이 있겠지만 중점추진 프로젝트가 있나.
“좋은 연구 성과를 얻고도 상용화 시키지 못한 것은 기업지원시스템 체계가 잘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로봇시장이 안고 있는 문제와 비슷하다. 국내 로봇기술 수준은 세계 4위권인데 대부분 중소기업이라 개발 초기단계를 못 벗어나고 있다. 이를 위해 로봇연구개발에 국내 대기업이 적극 참여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해외서는 구글, 아마존 등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로봇연구개발에 적극 투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상품화 되고 나서야 뒤늦게 뛰어든다. 최근 대기업 관계자를 많이 만나 투자와 연구개발 참여를 설득하고 있다. 대기업이 국가로봇산업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이 국가 로봇산업 발전을 위한 핵심 중추적 기관으로 특화될 수 있도록 원천기술 및 상용화 기술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겠다. 기업지원 및 산학연 네트워크를 통해 국내 로봇산업을 육성ㆍ선도하는 세계적 로봇기술 상용화 연구기관으로 도약하는 그 날이 빨리 다가오도록 노력하겠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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