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부장 김우수)는 친딸 자매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A(53)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를 명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994년부터 2003년까지 서울 소재 자택 등에서 친딸 B씨와 C씨 자매를 강제로 성폭행하고 성추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A씨는 1994년 당시 4세였던 큰 딸 B씨를 상대로 ‘병원 놀이’라고 속여 가슴 등 신체 일부를 만지기 시작, 이후 지속적으로 추행했다. B씨는 할머니에게 추행 사실을 말했지만 되려 심하게 야단맞자 폭로를 포기했고, 아버지가 동생 C씨를 추행할까 두려워 적극적으로 반항하지 못했다. C씨 역시 성적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성추행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큰 딸 B씨는 중증의 우울증 등 정신 질환을 앓다 지난해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동생 C씨도 올해 2월 우울증 치료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경찰에 의해 구조됐다.
재판부는 “A씨는 친딸인 피해자들을 상대로 장기간에 걸쳐 추행 등의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해자들은 신체의 성숙뿐만 아니라 심리적·정신적 변화를 겪게 되는 청소년기에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극심한 고통을 겪게 됐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A씨의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들은 오랜 기간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증상을 보였다”며 “결국 언니 B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동생 C씨도 자해와 자살시도를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 사건 범죄는 친족관계라는 피해자들과의 특정관계를 기초로 한 것”이라며 “A씨가 범행 후 상당 기간 동안 다른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실형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로 향후 재범 방지와 성행 교정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명령 청구는 기각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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