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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시민의 힘, 국경 열어젖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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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시민의 힘, 국경 열어젖히나

입력
2015.09.1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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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총리공관 앞 "난민 받아라"

덴마크·스웨덴·핀란드도 대규모 집회

폴란드 등 동유럽선 反난민 구호

獨 함부르크 찬·반 시위대로 몸살

난민 밀려드는 뮌헨 "수용 한계"

독일에서 열린 난민 유입 찬성 시위. AP 연합뉴스
독일에서 열린 난민 유입 찬성 시위. AP 연합뉴스
폴란드서 열린 난민 유입 반대 시위
폴란드서 열린 난민 유입 반대 시위

시리아 난민 문제로 유럽 전역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영국, 덴마크 등 주요 유럽 국가의 시민들이 일제히 12일(현지시간)을 ‘유럽 시민 행동의 날’로 지정하고 각국 정부가 더욱 난민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정부들이 서로 잇속 차리기에 매몰해 난민 문제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시민들이 결국 팔을 걷고 거리로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거꾸로 “난민 반대”를 외치는 ‘맞불 시위’가 등장하는 등 주말 내내 유럽 곳곳은 난민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들끓었다.

이날 영국 런던 총리공관 앞에선 시민 수만 명이 모여들어 ‘국경을 개방하라’, ‘난민들이여 영국으로 오라’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의 소극적인 난민 수용 정책을 비판했다. 시위에는 가수이자 인권운동가인 빌리 브래그를 비롯해 여러 정치인들과 유엔난민기구, 국제앰네스티 등 인권 단체 회원들이 동참했다. 이날 영국 노동당수로 선출된 제러미 코빈 의원은 시위 현장에서 “절박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덴마크간 열차 통행을 중단시키는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난민 유입을 막고 있는 덴마크에서도 시민 3만여 명이 수도 코펜하겐 도심에 모여 대규모 난민 지원 요구 시위를 벌였다. 또 스웨덴 스톡홀름, 핀란드 헬싱키, 포르투갈 리스본, 스페인 마드리드 등에서도 수천 명의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집회를 열어 난민들과의 유대감을 나타냈다. ‘시민의 힘’이 난민을 향하면서 미국 유니세프 기금도 시리아 꼬마 난민 아일란 쿠르디의 죽음 이전에 비해 홈페이지 방문자가 3배나 증가하고 기부금도 무려 6배 이상 증가했다. 시리아 난민 돕기에 나선 세이브더칠드런에도 수일 만에 80만 달러가 쇄도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이 단체에 들어온 기부금은 고작 20만 달러에 불과했다.

반면, 동유럽을 중심으로는 난민 유입을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는 가톨릭 신자로 보이는 5,000여명이 반대 집회에 참여해 “난민 추방”, “이슬람 반대”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에서는 1,500여명, 체코 프라하에서는 800여명의 시민이 “환영하지 않는다, 돌라가라”고 외치며 반(反) 난민 정서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독일 빌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시리아 난민 중 대부분은 전쟁 난민이 아닌, 요르단과 레바논, 터키 등지에서 살다가 더 나은 삶을 위해 유럽행을 택한 이들”이라며 기존 난민 반대 입장을 되풀이했다. 헝가리는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세르비아 국경 폐쇄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독일 함부르크에서는 정부의 난민 수용 확대 계획에 대한 찬ㆍ반 시위가 동시에 일어났다. 찬성 측 시민 2만4,000여명은 난민 혐오 및 인종주의에 반대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가 화염병과 돌멩이를 던지는가 하면, 경찰 측은 물대포로 맞서는 등 격렬한 장면도 벌어졌다. 또 이날 함부르크에서는 좌파 시위대가 네오나치주의자들이 탄 열차를 공격하기도 했다.

한편, 난민 유입으로 인해 유럽 곳곳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난민 선호도 1위 도시로 꼽히는 독일의 뮌헨은 밀려드는 난민들로 한계에 달하는 모습이다. 디터 라이터 뮌헨시장은 뉴욕타임스에 “수용 공간이 부족해 난민들이 야외에서 잠을 자야 할 지경”이라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독일의 명문 축구 구단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은 12일 경기에 앞서 7만5,000여 관중의 환호를 받으며 난민 어린이들의 손을 붙잡고 함께 입장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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