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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피아노 거장, 色다른 러시아 음악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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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피아노 거장, 色다른 러시아 음악의 향연

입력
2015.09.1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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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우·서혜경 잇단 순회 리사이틀

서거 100년 천재 작곡가 스크리아빈

라흐마니노프 희귀 난곡들 선보여

피아니스트 백건우(위)와 서혜경(아래)이 러시아의 라이벌 음악가 스크리아빈과 라흐마니노프를 조명하는 독주회를 각각 연다. 백건우는 덜 알려진 학구적인 곡을, 서혜경은 두 작곡가의 전형적인 매력을 맛볼 수 있는 곡들을 선정해 전혀 다른 레퍼토리를 구성했다. 빈체로 제공
피아니스트 백건우(위)와 서혜경(아래)이 러시아의 라이벌 음악가 스크리아빈과 라흐마니노프를 조명하는 독주회를 각각 연다. 백건우는 덜 알려진 학구적인 곡을, 서혜경은 두 작곡가의 전형적인 매력을 맛볼 수 있는 곡들을 선정해 전혀 다른 레퍼토리를 구성했다. 빈체로 제공

서혜경. 스테이지원 제공
서혜경. 스테이지원 제공

낭만과 우수, 화려함과 비극이 섞인 러시아 음악의 향연이 펼쳐진다.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69)와 피아노의 여제 서혜경(55)이 나란히 스크리아빈(1872~1915)과 라흐마니노프(1873~1943)의 피아노 독주곡을 비교 연주하는 전국 순회공연을 선보인다. 올해로 서거 100년을 맞은 러시아 천재 작곡가 스크리아빈이 창의적이고 변화무쌍한 스타일이라면,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같은 스승(니콜라이 즈베레프)을 사사한 동기이자 라이벌인 라흐마니노프는 깊은 애수를 담은 선 굵은 음악을 고수했다.

백건우(69)는 17~23일 스크리아빈의 ‘24개의 전주곡’과 라흐마니노프의 소나타 1번을 연주한다. 국내에서 좀처럼 듣기 어려운 곡들로 “한 곡을 연주하기 위해 작곡가의 전곡을 연구하는, 특유의 학구적인 연주 스타일이 잘 드러나는 선곡”(피아니스트 겸 클래식평론가 김주영)이다.

최근 만난 백건우는 러시아 음악의 매력을 “인간적이다”고 말했다. “제가 라벨(1875~1937)의 음악으로 데뷔했잖아요? 라벨 음악이 조형적이고 세련된 프랑스 음악인데 (오래 활동하다보니) 반대로 인간적이고 조형적이지 않은 음악이 필요하더라고요.”

그가 러시아음악에 빠진 건 1990년대부터다. 1990년 라흐마니노프 연습곡과 스크리아빈 소나타 6번을 예술의전당에서 연주한 것을 시작으로 91년 스크리아빈 피아노 독주곡 전곡 연주 앨범 발매(단테), 97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전곡 발매(BMG)로 이어졌다. “나이가 들면서 음악을 더 편안하게 연주할 수 있게 됐다는 게 큰 차이죠. 전에는 뭔가를 증명하려는 듯, 청중을 내 의지에 맞춰 설득하려 했어요. 하지만 지금의 저는 즐기면서 연주하려 하죠.”

그가 꼽는 이번 연주회의 백미는 라흐마니노프 소나타 1번. “교향곡의 느낌을 피아노에서 표현할 수 있는 거대한 스케일”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를 모티프로 만들어 ‘피아노의 파우스트’라는 별명이 붙은 이 곡은 1악장 ‘파우스트’, 2악장 ‘그레트헨’, 3악장 ‘메피스토 펠레스’라는 주제로 구성된 45분짜리 대곡이다. 느린 템포와 긴 연주시간으로 세계적으로도 잘 연주되지 않는다. (02)599-5743

서혜경은 10월 19~28일 스크리아빈 에튀드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소나타 2번을 선보인다. “화려하고 외향적인 연주를 선보였던 그가 2007년 유방암 투병 후 섬세하고 가녀린 표현도 예민하게 소화하는 변화를 잘 보여준 선곡”(김주영)이라는 평이다.

미국 뉴욕에 거주 중인 그는 최근 전화통화에서 “스크리아빈 서거 100년을 맞아 난해한 현대작곡가를 음악 애호가들께 소개하고 싶어 도전했다”며 “노래하듯 연주하는 로맨틱 스타일 피아니스트인 저에게 애수 짙은 러시아 음악은 가장 잘 맞는 레퍼토리”라고 말했다. 서혜경은 여성 피아니스트 최초로 라흐마니노프와 차이코프스키 협주곡 전곡을 음반으로 낸 러시아음악 전문가다.

연주회 방점은 스크리아빈에 찍혀있다. 에튀드 2-1부터 72번 ‘불꽃을 향하여’까지 각 시기를 대표하는 최대 난곡을 골랐다. 그는 “쇼팽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초기, 드뷔시 성향을 보이는 중기를 거쳐 자신의 스타일을 개척한 후기까지 모든 작품이 하나 같이 창의적이고 파격적이다”고 설명했다.

라흐마니노프 소나타 2번은 1913년 발표된 초연버전과 1931년의 수정 버전을 섞어 피아니스트 호로비츠가 편곡한 버전을 연주한다. 소나타 2번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곡이지만, 호로비츠 버전의 국내 연주는 이번이 처음이다. (02)780-5054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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