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살아나며 관심 커져
청약통장 필요 없고 좋은 층·향 선점
작년보다 거래량 53%나 늘어
지난달 말 서울 강남권에서 분양 예정인 아파트들 중 첫 테이프를 끊은 SK건설의 ‘대치 SK뷰’는 분양가가 3.3㎡당 평균 3,902만원으로 역대 두 번째로 비쌌지만 인기를 증명하듯 평균 50.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다음달 이 단지 바로 앞에 입주하는 ‘래미안 대치청실’이 약 2년 전 분양 할 때의 평균 분양가(3.3㎡당 3,213만원)보다 21%가 더 비싼 가격이다. 올해 4월 폐지된 분양가상한제로 규제 빗장이 풀린데다 분양 특수까지 더해지면서 가격이 고공행진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렇게 비싼 일반분양 분양권보다 조합원 입주권의 ‘몸값’이 더 높다는 사실이다. 현재 전용면적 84㎡ 기준 입주권은 추가분담금을 포함해 13억2,000만~13억3,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면적의 분양권이 12억7,000만~13억2,000만원 선인 것을 감안하면 입주권에 웃돈이 더 붙었다는 얘기다. 인근 한 중개업소는 “입주권 가격이 일반분양 분보다 더 비싼 상황이 되면서 매력이 반감돼 거래가 최근 들어 주춤해졌을 정도”라고 말했다.
입주권의 ‘반란’이 심상치 않다. 올 들어 재개발ㆍ재건축 단지의 조합원 입주권 가격이 분양권보다 더 비싼 역전 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전세난 탓에 매매시장이 살아나고 정비사업도 활발해지면서 폭발적으로 입주권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과하게 붙은 웃돈을 그대로 떠안았다가 입주할 때 시장이 침체되면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서울 지역 최고 경쟁률(평균57.39대1)로 청약 완판을 한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옥수 파크힐스’는 조합원 입주권 시세가 전용면적 84㎡ 기준 7억2,000만~7억5,000만원에 이른다. 분양권(6억5,000만~7억원)보다 5,000만원 가량 더 비싸다. 내년 상반기 분양 예정인 강남구 개포주공2단지의 전용 84㎡ 입주권 역시 예상 분양가(12억원)를 웃도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런 역전 현상은 인기 지역ㆍ단지일수록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입주권은 재건축이나 재개발 후 짓게 되는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관리처분이 끝난 사업장에서 나오는 매물이 입주권이고, 그걸 산 사람은 사업 시행 주체인 조합원이 된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시장 침체 탓에 입주권 거래 자체가 뜸했던 게 사실이다. 부동산 경기가 나쁘면 사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그에 따라 공사비나 운영비 등에 대한 추가 분담금을 낼 가능성도 커지면서 관심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초기에 목돈이 든다는 것도 단점이었다. 일반 분양권에 비해 시세가 80~90% 정도에 형성됐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올 들어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전세난과 분양 붐, 저금리 등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면서 시장이 살아나자 일반분양과 달리 청약통장이 필요 없으면서 상대적으로 좋은 층과 향ㆍ동을 선점할 수 있는 조합원 물량이 각광받게 된 것이다. 이런 장점이 부각되자 청약자격이 안 되거나 심사에서 떨어진 실수요자들과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동시에 입주권에 눈독을 들이게 됐고 분양권을 뛰어넘는 수준까지 치솟게 됐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서울 아파트 입주권 거래량은 1,922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1,254건)보다 53.3% 증가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조망, 층, 중소형 면적 등 좋은 조건이 많이 겹쳐 있을수록 나중에 웃돈도 더 많이 붙는데 조합원 물량이 이런 점에서 유리하다”며 “다만 처음부터 분양가와 너무 차이가 나게 비싸면 그만큼 시세차익을 보기가 힘들어지는 만큼 주변 분양 아파트 또는 해당 단지의 예상 분양가 등과 잘 비교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입주권은 실제 주택은 아니지만 세법상 주택 수를 계산할 때는 포함돼 ‘1주택 1입주권’(2주택으로 간주) 소유 시 처분할 때 ‘1가구1주택’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없고 사업기간이 길어질수록 추가 분담금이 늘어날 수 있는 등 변수가 많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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