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낀 글로 해외 학위 취득도
국비 지원을 받아 작성된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의 연수보고서 10개 중 7개는 다른 보고서나 논문 등을 베낀 의혹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심지어 표절 의혹이 있는 글로 해외 학위까지 딴 경우도 있었다.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광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관련 연수보고서를 자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국내ㆍ외 교육연수를 받은 기재부 공무원 136명의 보고서와 논문 중 95명(70.0%)의 글에서 표절 의심 또는 위험 판정이 나왔다.
박 의원실은 인사혁신처와 기재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보고서를 1개월간 자체 분석해 이런 결과를 내놓았다. 의원실 관계자는 “국책연구기관 등에서 객관적으로 사용되는 객관적 표절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삼았다”며 “표절은 민감한 문제일 수 있기 때문에 1차로 확인 프로그램을 이용한 뒤 나중에 외부 전문가의 검증까지 거쳤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공무원 A씨가 2012년 국비지원을 받아 쓴 노인 복지 관련 학위 논문은 표절률이 86%에 이르렀는데, 2011년 한 대학의 석사학위 논문의 전체 문장 중 513개 중 375개가 이 보고서 문장과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하다는 의심을 산 문장도 33개에 달했다. 그럼에도 인용 표시나 각주는 없었다.
국제원조 관련 보고서를 제출한 공무원 B씨는 기재부가 한 대학에 연구용역을 준 보고서를 베꼈다는 의혹을 샀는데, 전체 보고서 732개 문장 중 334개가 동일 문장, 269개가 동일 의심 문장이었다. 박 의원실에 따르면 금융연구원 논문과 기재부 보도자료 등을 베낀 의혹을 받는 공무원 C씨는 이 논문으로 미국 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했다.
앞서 인사혁신처는 공무원 연수와 관련 각 정부부처에 “보고서 제출시 표절 및 인용에 관한 엄격한 관리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지침을 내렸지만, 기재부는 관련 심의의원회를 구성만 하고 2008년부터는 운영하지 않았다고 박 의원은 지적했다.
박 의원은 10일 국세청 국정감사에서도 “국세청 직원 해외연수 보고서의 68%에 표절 의혹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세금을 책임지는 국세청에 이어 나라 재정을 운영하는 기재부 공무원까지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며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무원 교육연수 제도에 대한 전면 조사와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