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중력 10만분의 1서도 작동
미항공우주국(NASAㆍ나사)이 무중력 상태에서 행성 표면에 착륙이 가능한 ‘헤지호그’(고슴도치·사진) 로봇을 개발했다고 BBC가 8일 보도했다. 고슴도치 로봇은 화성에 있는 ‘큐리오시티’ 탐사선과는 달리, 바퀴나 다리가 없는 주사위 모양의 소행 탐사선이다. 탐사선이 중력이 낮은 행성 표면에 착륙하고 이동하는 것은 큰 과제였다. 하지만 이번 로봇은 지구 중력의 10만분의 1의 압력에서도 작동하도록 설계해 이상적인 탐사선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팔과 다리 대신 몸체 속 플라이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플라이휠이 엔진 속도를 조절해 제동을 걸면 동력이 생긴다. 엔진을 보호하기 위해 각 모서리에는 고슴도치처럼 스파이크가 달렸다. 이 스파이크로 제자리에서 구르거나 튀어 오르는 기능을 한다. 어떤 환경에서도 착륙과 동시에 이동에 어려움 없이 임무를 수행하도록 돕는다. 스파이크 속에 박혀 있는 열 감지 계측기로 지표면 온도를 측정할 수도 있다. 로봇은 8개의 스파이크와 3개의 플라이휠로 구성된다.
고슴도치 로봇은 원심력과 관성으로 움직여 지구에서는 움직임이 느리다. 하지만 무중력 상태에서는 유연한 점프와 구르기로 이동이 자유롭다. 기본 동작은 ‘요(yaw)’인데, ‘한쪽으로 기운다’는 뜻이다. 스스로 움직일 방향을 잡은 후 1, 2개의 스파이크를 이용해 제자리에서 뛰어오른다. 바닥에 한 면을 대고 다른 면으로 회전하면 짧은 거리를 굴러갈 수 있다. 행성 표면 구덩이에 빠졌을 때 이전의 탐사선들은 갇히기 일쑤였지만, 고슴도치 로봇은 회오리 모양으로 회전하면 몇 초 만에 빠져 나올 수 있다.
고슴도치 로봇 프로젝트는 나사 제트추진연구소(JPL), 스탠퍼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스탠퍼드 연구팀 마크 파본은 “엔진을 어떻게 제동하는지에 따라 점프의 각도를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사 제트추진연구소가 만든 작품은 5kg이지만 카메라와 기타 장비를 부착하면 4kg가량 더 늘어난다. 스탠포드 작품은 더 가볍고 스파이크의 길이도 짧다.
연구진들은 지구에서 별도의 명령 없이 로봇이 주행할 수 있는지 개발 중이다. 고슴도치 로봇은 아직 실전에 투입될 계획은 없지만, 모래, 바위, 얼음 위, 부드럽고 부서지기 쉬운 곳 등 다양한 지형에서 시험하면서 로봇이 자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범위를 실험해 보고 있다.
전영현 인턴기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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