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61ㆍ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5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10월10일 파라과이와의 친선경기를 시작으로 총 20경기를 치른 슈틸리케호의 성적표는 14승3무3패. 그는 부임 1년 만에 '갓틸리케'라는 별명을 얻으며 한국 축구의 '영웅' 거스 히딩크 감독 이후 가장 성공한 사령탑으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취임 후 1년까지 '오대영(5-0)'이라는 치욕적인 별명으로 불리며 경질 위기까지 몰렸던 히딩크 감독과 비교하면 누구보다 신뢰를 받고 있고 안정적으로 팀을 끌고 나가는 모습이다. 움베르투 코엘류, 딕 아드보카트, 존 본프레레 등 많은 감독들이 바다를 건너 한국에 왔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물러났다. 그래서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기대가 더욱 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슈틸리케호는 이제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향한 '장편소설'의 서막을 넘긴 것에 불과하다.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을 치르고 있는 슈틸리케호의 결말까지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14번의 승리 중 대부분은 한국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낮은 팀들을 상대로 한 경기였다. 또 어느 때보다 양질의 해외파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뛰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지만 엄청난 성과는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결국에는 강팀들과 맞붙는 월드컵 지역예선, 나아가 본선 무대가 진짜 슈틸리케호의 시험 무대인 셈이다. 히딩크 감독뿐 아니라 슈틸리케 감독을 한국으로 불러들인 주인공인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 역시 "슈틸리케호의 단기적 목표는 당장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아시안컵이었지만 장기적인 목표는 러시아월드컵"이라며 "현실적인 목표는 16강 이상의 성적을 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본선 무대에 진출하기 전까지 슈틸리케 감독은 간간이 월드컵 예선을 치르는 동시에 팀을 더 단단하게 조직하는 경로를 거쳐야 한다.
어쨌든 현재까지 슈틸리케 감독은 합격점을 받고 있다. 선수를 발굴하고 팀을 만드는 과정에서 좋은 출발을 했다. 이정협(24ㆍ상주 상무)과 권창훈(21ㆍ수원 삼성) 이재성(23ㆍ전북 현대) 등 K리그에서 원석을 발굴해 냈고, 이 선수들로 팀을 꾸려 중요한 성과도 냈다. K리그 선수들의 성장으로 해외파 선수들까지 주전 경쟁에 뛰어들 정도다.
최근 슈틸리케 감독이 약체 라오스, 레바논과의 경기에 굳이 유럽파를 차출해야 하느냐는 비판도 나왔지만 이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의 조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소속팀에서 선발로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에게는 A매치 활약은 동기 부여의 관점에서 중요하다. 또 '해외파는 주전 붙박이'라는 인식의 틀을 깨고 해외파와 국내파의 경쟁 구도를 이끌어내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월드컵까지 내다보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수들의 세대교체도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신 교수의 설명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과연 히딩크처럼 영웅이 될 수 있을까. 3년 동안 이어질 그의 스토리는 점점 흥미로워지고 있다.
이현주 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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